이미정 객원교수(제약학과)
이미정 객원교수(제약학과)

요즘 어디를 가나 주변에서 바이오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바이오 기업이 상장돼 대박을 쳤다거나, 반대로 경기 침체로 바이오 기업에 투자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mRNA 백신’이라는 용어쯤은 국민 대다수가 아는 일반(?) 용어가 돼 버렸고, 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학에도 바이오 벤처가 꽤 많이 생겼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되듯이 아무리 대학에서 우수한 첨단 바이오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하더라도 특허를 통해 이를 적절하게 권리화해 보호하지 않는다면 모처럼 얻은 좋은 연구 결과가 열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교수님과 학생들이 장기간 애쓴 결과물이 사장돼 버릴 수 있다. 필자는 특허청에서 25년 간 근무하면서 대학에서 이뤄진 특허 출원이 실수로 인해 아깝게 특허로 등록되지 못하는 경우를 가끔 봤다. 어느 교수님은 이미 알려진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는 연구 성과를 거두고도 우리나라와 유럽의 특허법과 판례상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해 특허 거절 결정을 받은 후 특허청에 찾아와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특허법에서 정해놓은 특허 명세서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난 후였기 때문에 달리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정해진 기간 내에 특허 명세서의 문구만 간단히 수정하면 충분히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는 발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다. 또한 특허 명세서를 작성할 때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 작성했다면 엮이지 않았을 특허 분쟁에 휘말려 오랜 시간 많은 고생을 겪고 결국 금전적인 손실을 크게 보는 경우도 왕왕 봤다. 

그런 일을 볼 때마다 이공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관한 내용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특허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물론 필자가 대학원생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특허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고, 교수님의 관심도에 따라서 학생들이 특허에 관한 특강 같은 것을 들어볼 기회도 많아진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허 교육을 교수님들 개인의 관심도에 맡겨두기보다는 대학 차원에서 이공계 학생들만이라도 졸업하기 전까지 기본적인 특허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사례가 특허 등록을 받는 데 성공했고, 어떤 사례가 특허를 받는 데 실패했으며, 그 원인은 각각 무엇인지, 특허를 받으려면 연구를 위한 실험 프로토콜을 처음부터 어떻게 짜는 것이 더 유리한지, 발명자와 특허권자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공동연구자로서 특허권에 지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기업체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얻은 연구 결과인 직무 발명에 대한 특허권은 어떻게 보상을 받을 것인지, 어느 정도의 액수가 적정한 보상인지 등등 학생들이 대학원에서 훈련 과정을 마치고 연구자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특허에 관한 지식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어야 마땅하며, 돈과 관계된 특허를 가르치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산업 사회에서 실제로 필요한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해 배출하는 것도 대학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며, 대학의 연구 결과물이 특허를 통해 보호받고 대학 구성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과학적 진리 탐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될 것이다. 특허청에서는 특허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중점 대학을 지역별로 선정해 지식재산권 교육 확산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고, 교육부와 협업해 지식재산권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지원도 추진하고 있으니, 서울대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특허 교육 기회 확대에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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