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차상균 초대원장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차상균 초대원장

미국의 오픈AI가 지난 11월 말 내놓은 ChatGPT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엄청난 규모의 컴퓨팅 파워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해 기계가 마치 사람처럼 언어를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ChatGPT는 지난 수년간 빠르게 발전해온 뉴럴넷 기반의 거대 언어모델로, 기계가 사람의 지적 활동의 산출물에서 학습할 수 있는 정형화된 패턴의 지능을 엔지니어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비록 방대한 기계 학습 데이터 때문에 ChatGPT가 일관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내놓거나 없는 것을 상상해내는 창의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이는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실제로 침체한 주식시장에도 불구하고,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해 마케팅 자료의 초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코딩을 도와주는 등 인간의 지적 업무 흐름을 바꾸는 벤처 창업과 펀딩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ChatGPT 때문에 인공지능 개발의 선두주자였던 구글의 검색엔진 사업도 위협을 받게 됐다. 구글에게는 ChatGPT 못지않은 람다(LaMDA) 기술이 있지만,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검색엔진 사업에 대한 영향을 염려하다 후발주자에게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즉, 구글이 현재 사업에 묶여 파괴적 혁신을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졌고, 이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새로운 창업 기업들이 성장할 공간이 생긴다. 

인공지능은 국방을 비롯한 공공영역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구글 CEO를 지냈던 에릭 슈미트 박사는 2018년부터 3년간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의장을 맡아 중국의 국가 주도 인공지능 정책이 필연적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해왔다. NSCAI의 보고서는 미국 국방 체계에 인공지능을 광범위하게 도입해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압도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미래 전쟁은 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는 드론, 무인 탱크, 무인 함정이 이끌게 될 것이며, 개발 속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방 인공지능 창업 기업들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부터 표면화된 미중 패권 전쟁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시작해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발전했기에, 미중 대결의 지정학적 단층 지대에 위치한 한국에게 인공지능과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적 분야다.

ChatGPT는 인공지능이 보편화한 미래에 인간의 창의성은 무엇인지, 기계와 인간은 어떻게 상호보완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 질문을 제기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ChatGPT와 같은 기계 지능의 동작 원리와 한계를 이해해야 하며 이것이 데이터사이언스가 전공 분야에 상관없이 누구나 배워야 할 교양과목이 된 이유다. 데이터사이언스는 데이터를 통한 계산학적 사고를 가르친다. 기본적으로 컴퓨터 코딩을 배운 후, 특정 현상을 빅데이터로 모델링해 클라우드에 수집하고 이 빅데이터에서 기계 지능을 구현하는 법을 배운다. 데이터사이언스는 문과 이과 상관없이 전 학문 분야에 공통된 과학 언어이자, 디지털 대전환의 근간이다.

하지만 이런 수요에도 불구하고, 범 대학 차원의 데이터사이언스 교육은 교수와 조교의 부족, 대형 강의 시설과 사일로(Silo) 전공 체제 때문에 쉽지 않다. 대학 신입생에게 데이터사이언스를 가르치는 혁명적 실험을 선도한 미국 버클리대는 수년 전 수강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주립대학 관료주의 한계에 봉착했다. 2019년 필자가 이 대학의 허름한 임시 건물을 방문했을 때 일 년 예산이 2백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 대학의 혁명적 변화에 감동한 한 독지가가 2020년 2억 5천만 달러를 기부하고 이듬해에는 창업에 성공한 교수들이 7천 5백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공공재정에 의존하는 교육의 질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대학이 선제적 변화로 사회의 감동을 일으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우리 대학에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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