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용민 씨(33)가 동성 배우자인 소성욱 씨(32)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을 요구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 2심 재판에 대해 지난달 21일 승소 판결이 났다.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 확대해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은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해 수급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 피부양자 제도의 존재 이유가 있다며 동성 결합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 대우라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의 차별 대우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도 밝혔다. 사회보장은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해석돼야 하므로 동성 결합으로 형성된 생활공동체로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어떤 제도적 보호나 지원도 받기 어려웠던 한국의 동성 부부들에게 이번 판결은 사회보장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평등의 원칙을 적용했을 뿐, 동성 부부의 사실혼을 온전히 인정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재판부는 “현행법령의 해석론적으로 원고 김 씨와 소 씨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또한, 거듭 ‘사실혼’이 아닌 ‘동성 결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김 씨와 소 씨 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1심 판결의 근본적인 취지를 뒤집지는 못했다. 

동성 부부 법제화에 대한 한국의 논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진하다. 독일은 혼인유사공동체 유형을 사회법전에 조문화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혼인 부부뿐 아니라 동거 가구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들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육 지원 제도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사정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와 유교 문화와 가부장적 제도를 공유하는 대만도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동성 부부는 가족이라면 응당 받을 수 있는 보호나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동성혼을 이룬 부부는 소득세 인적공제는 물론 건강보험, 가족수당 등을 받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소득세 인적공제는 호적 상 배우자만 공제가 가능하며, 주택청약 특별공급도 법적 부부를 상정해 지원한다. 동거인에게는 병원 수술·장례 등의 긴급한 상황에서도 보호자로서 아무런 법률적 권한이 없기도 하다. 건보공단이 상고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결에서 진일보한 판결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는 동성 부부의 법률적 권한을 논의할 때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제는 여느 결합과 다르지 않은 공동체로서 그들의 권리 보장을 실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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