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정치 유튜브를 파헤치다

인구 대비 유튜브 시청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방송 후원금 순위를 정치 채널이 장악한 나라, 바로 한국이다. 광화문 광장이나 대통령 자택 앞 등 각종 집회 현장의 선두에 늘어선 정치 유튜브 채널의 카메라와, 자극적이고 화려한 문구로 장식된 유튜브 썸네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들은 언제 등장해 어떻게 부상했는가? 대체 무엇을 위해 카메라를 드는가? 『대학신문』은 요란했던 삼일절 광화문 시위 현장과, 방송을 준비하는 직원들로 북적였던 정치 유튜버의 스튜디오에 직접 방문해 정치 유튜브의 흥행 배경과 실상을 파헤쳐 봤다.

 

정치 유튜브는 어떻게 부상했나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는 ‘유튜브 대선’, ‘녹취록 정국’ 등의 표현이 등장할 만큼 정치 유튜브의 흥행이 유독 두드러졌다. ‘가로세로연구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난동을 부려 여러 차례 큰 논란을 불러왔으며, ‘열린공감TV’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정리한 ‘윤석열 X 파일’을 통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치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이런 정치 유튜브 채널은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지지자를 기반으로 실제 정치 현장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정치 인플루언서 유튜브 채널(정치 유튜브)의 흥행은 디지털 영상 플랫폼으로서 유튜브의 부상과 한국의 독특한 정치 지형이 맞물리며 발생한 현상이다. 이재국 교수(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정치 유튜브의 부상 원인에 대해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며 2010년대 후반쯤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 가장 기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많은 콘텐츠 중 정치 유튜브의 영향력이 이토록 확대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정치 환경을 고려해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과잉 정치 현상은 정치 유튜브의 유명세에 불을 붙였다. 이재국 교수는 “한국 사회는 모든 사안이 정치로 환원되는 정치화된 사회”라고 설명했다. 정치 유튜브를 오랜 기간 연구한 이종명 강사(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또한 “일상적 담론에도 정치가 깊게 스며 있어, 자기 자신이나 지인들이 듣는 목소리만 소비하게 된다”라며 “이것이 양극화와 정치 유튜브에 대한 맹목적 신뢰의 시작”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종명 강사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유난히 많은 것은 유튜브가 부상한 시기적 배경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성 방송에서 보수 평론가가 다수 물러나게 됐고, 이들이 유튜브로 유입된 것이 정치 유튜브의 시작”이라며 “이들은 당시 보수 세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확성기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반작용으로 진보 성향의 스피커도 유튜브로 진출했으나, 일종의 선점 효과로 유튜브 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치 환경을 배경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정치 유튜브는 대개 각자의 정치적 진영에 유리한 정보만을 편향적으로 전달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김창숙 연구위원은 “9개 방송사 채널과 11개의 정치 유튜브 채널의 공정성과 품질을 △보도량 △정보원 유형 △보도 논조 △사실과 의견의 비중 등을 통해 비교 분석한 결과, 정치 유튜브 채널은 정치 성향에 따라 보도 대상의 비중이 상이하게 달라졌으며 대다수가 단일한 논조를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편향성과 자극성의 실상, 그것을 생산하는 동력은

한국의 과열된 정치 현장에는 늘 정치 유튜브가 있다. 삼일절이었던 지난 1일(수), 광화문 인근에서 보수 단체 자유마을 주최의 ‘자유통일을 위한 3.1절 국민대회’를 찾아가 봤다. 

현장에는 어김없이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의 카메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전광훈 목사의 유튜브를 보고 시위에 참가했다”라는 60대 남성 A씨는 “기존 뉴스는 너무 편파적이라 유튜브로 여러 뉴스를 접한다”라며 강하게 분노를 표출했다. 김금식 씨(62) 또한 “기존 뉴스는 편파적인 데다, 이 집회처럼 중요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왜 기성 언론을 믿지 않고 정치 유튜브를 맹신하는 것일까. 이종명 강사는 “정치의 소비가 일상화되면 개인은 자극적인 보도를 찾아 정치 세력을 지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말한다. 이는 곧 정치 유튜브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이재국 교수는 “일부 채널의 경우 강력한 지지자를 갖고 있다”라며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해주는 유튜브에 노출되는 시청자는 점점 극단화되고, 유튜버는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편향성과 자극성은 유튜브 플랫폼 특성상 열성 시청자의 확보가 수익과 직결돼 더욱 심화된다. 정치 유튜브가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수익 창출은 주로 △실시간 방송 중 후원인 ‘슈퍼챗’ △계좌 직접 후원 △굿즈 판매 등으로 이뤄지며, 시청자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튜브 채널 ‘고성국TV’를 운영하는 고성국 씨는 “영상 자체에는 수익 제한 딱지가 붙는 경우가 많아 팬들의 후원으로 운영한다”라고 밝혔다. 언론사를 표방하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를 운영하는 백은종 씨 또한 “수익 창출이 중단된 후에는 100% 후원으로만 운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국 교수는 “정치 유튜브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점점 더 선정적인 소재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숙 연구위원 또한 “시청자가 원하는 편향된 정보를 공공의 언어가 아닌 용어로 시원하게 내뱉어주면 시청자는 통쾌함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수익이 증대된다”라고 밝히며 정치 유튜브의 수익 구조가 콘텐츠의 편향성과 자극성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에 쉽게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 유튜브의 콘텐츠는 사실관계 확인, 데스킹* 등의 숙고 및 검증을 거치는 여타 언론사와 달리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송출하는 것에 어떤 제약도 없다. 이들의 주요한 보도 소스는 제보와 기성 언론의 자료다. 이종명 강사는 “정치 유튜브를 생산하는 이들의 핵심적 취재 방법은 제보다”라며 “이 제보가 사실 검증이나 제대로 된 취재 없이 바로 영상에 담기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고성국 씨는 “우리는 정식 언론사가 아니라 실제로 취재를 할 수 없으므로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비평을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창숙 연구위원은 “정치 유튜브는 유튜버가 기존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수집한 후 이를 취사선택해 대담을 나누는 형태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정치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취재 보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부상하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기성 언론이 나아갈 길

과잉 정치가 정치 유튜브를 흥행시키고, 정치 유튜브가 과잉 정치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파성을 갖는 것 자체는 자유일 수 있으나 정치 유튜브가 스스로 저널리즘을 표방하고 있으며, 시청자 또한 이를 저널리즘으로 받아들여 편향된 주장에 호도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특정 유튜브 채널에 대한 맹신 현상이 확산되고 자극적인 주장이 환영받는 세태에 기성 언론 또한 위기에 봉착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 언론은 팩트체크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저널리즘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자극성에 기대지 않는 진실 보도로 과잉 정치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종명 강사는 “자극적인 뉴스가 환영받는 세상에서, 기성 언론이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은 정형화된 생산 관행을 통해 진실을 추구한다는 대중의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작금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국 교수 또한 “정치권의 압박과 콘텐츠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아래 진실성을 최우선으로 두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럼에도 기성언론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성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적 가치를 지킬 필요가 있다”라며 기성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데스킹: 언론사 부장 등이 취재 기사의 품질을 높이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검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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