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서울대 곳곳에서 클래식 만끽하기

클래식 음악은 특별한 장르다. 작곡가의 예술적 역량이 한데 집약돼 음 하나하나, 선율 하나하나, 그리고 악기 하나하나의 개성과 조화에 귀 기울이게 함으로써 음악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내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어디서 듣고 즐길 수 있을까? 『대학신문』이 찾아가 봤다.

 

클래식을 향유하는 공간, 음악감상실로

학생회관 1층, 학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줄에서 뒤를 돌면 바로 음악감상실이 눈에 들어온다. 음악감상실에는 웅장하면서도 감미로운 클래식의 선율이 가득 울려 퍼진다. 이 음악은 음악감상실을 운영하는 근로장학생 단체 ‘소리지기’ 부원 20명이 각각 정해진 시간을 맡아 선곡한다. 소리지기 백서연 회장(식품영양학과·21)은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책임감으로 운영하고 있다”라며 “감상객이 잘 쉬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갈 때의 뿌듯함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운영진들의 취향에 따라 매시간 선곡이 달라지는 만큼 음악감상실에서는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백서연 씨는 “특정 시대나 악기 위주로 선곡하는 운영진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작곡가와 다양한 형식의 곡을 아우르는 선곡을 위해 노력하는 운영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중 조형근 씨(정치외교학부·21)는 “같은 곡이더라도 연주자마다, 앨범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유”라며 “리히터가 지휘한 바흐의 〈마태수난곡〉 연주를 자주 선곡하는데, 느끼한 연주로 느껴지는 19세기 낭만주의적 양식을 잘 구현해서 좋아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매 학기 다양한 테마를 정해 선곡하는 특집 주간에는 클래식과 다른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난 학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속 클래식 특집’,   ̒셰익스피어에게서 영감을 받은 클래식 특집’ 등이 진행됐다. 셰익스피어 특집에서 차이콥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멘델스존의 극 부수 음악*과 서곡 〈한여름 밤의 꿈〉, 시벨리우스의 극 부수 음악 〈템페스트〉 등으로 구성된 선곡 목록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음악의 언어로 어떻게 표현됐는지 느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처럼 운영진이 엄선한 여러 주제의 음악 목록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감상실은 클래식에 흥미를 갖고 입문하고 싶은 학내 구성원이라면 더욱 방문하기 좋은 공간이다.

 

연주를 직접 들으려면, 화요음악회와 스누포

학내에는 실제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볼 기회도 여럿 마련돼 있다. 대표적으로 음대에서 주관하는 화요음악회는 학생과 교직원, 관악구민을 비롯한 교내외 모든 관람객에게 저명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화요음악회에서는 관현악 연주뿐만 아니라 성악, 해금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매 학기 개강일에 공연을 올리는 중앙 오케스트라 동아리 ‘스누포’(SNUPO)를 통해 학생들만의 다채로운 연주를 만끽할 수도 있다.

나아가, 클래식 연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싶은 이들은 스누포에서 직접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스누포의 단원들은 대부분 비전공자로, 방학마다 일주일에 10~15시간을 투자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어간다. 스누포 장승민 회장(경제학부·21)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른 악기를 가지고 모여 하나의 좋은 곡을 완성하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에서의 보람과 무대를 마친 후의 여운이 큰 동력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학기에 열린 60회 연주회에서 1부 메인곡이었던 보로딘 〈교향곡 2번〉과 2부 메인곡이었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이후, 한 관객이 연주가 끝나자마자 ‘브라보’라고 소리친 것이 뿌듯함을 배로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클래식을 배우고 만드는 사람들

청취와 연주를 넘어 직접 클래식을 제작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작곡과에는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둔 기법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중 손지민 씨(작곡과·19·졸)는 “음악에 진정성을 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곡에 있어서 스스로의 내면을 끌어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한다”라며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둔 기법으로 작곡을 하는 이유는 클래식 음악에 사용된 기법이 스스로의 진정성을 나타내는 데에 효과적인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전공자만 클래식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에는 비전공자라도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음악의 원리’ 수업이 개설돼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하고 분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수업을 맡은 전상직 교수는 “클래식은 수학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듯 애써야 들을 수 있다”라며 “학생들이 음악을 들리는 대로 듣는 위안거리가 아닌 그 자체로서 심오한 세계로 인식하고, 감상을 통해 지적·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얻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학내 곳곳에서 클래식을 즐기며, 대학 생활의 새로운 동력을 얻어보면 어떨까. 더 쉽게, 그리고 가까이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되리라 믿는다.

*극 부수 음악: 극을 사용할 때 반주용으로 사용하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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