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중어중문학과·19)
이주영(중어중문학과·19)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MZ오피스>가 방영마다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MZ세대를 대표하는 ‘눈까리’, ‘대가리 꽃밭’ 등 ‘라떼는’(나 때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됐을 캐릭터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SNS상에서는 각종 ‘사내 빌런’(사내에 민폐를 끼치는 직원) 경험담이 쏟아지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세대. MZ세대는 보통 이렇게 정의된다. 이들은 ‘워라밸’을 추구한다. ‘칼퇴’(퇴근 시간이 되면 지체 없이 퇴근하는 문화), 직장 내에서 말 걸지 말 것, 받은 만큼만 일할 것, 업무 지시 사항은 수평적 관계에서 최대한 상세히 전달될 것 등. 미디어 속 MZ세대는 이렇듯 기존 관습에 어긋난 요구를 하는 소위 ‘싸가지 없는’ 세대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설명이 아니다.

미디어가 소비하는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MZ세대의 이미지는 특히 유약한 청춘에게 온 책임을 지운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MZ세대의 요구사항은 되려 기존 조직 체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아주 기본적이다. 적정 수준의 임금, 여가시간 보장, 평등한 관계 등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조건들이다. 그러나 MZ세대의 이미지는 과장돼 조롱받고 있다. 최근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MZ세대의 높은 조기 퇴사율의 내막을 살펴보면, 조기 퇴사는 절대 아무 곳에서나 일어나지 않는다. 낮은 임금, 수직적 권위 문화가 있는 조직이 대다수다. 젊은이들의 ‘싸가지 없는’ 조기 퇴사를 그들만의 탓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MZ세대는 네버랜드의 ‘피터 팬’을 연상케 한다. 회사에 충성한다고 해서 집과 가정,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세상은 이제 없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등의 신조어는 사회에 스며든 지 오래다. 이들 세대는 늘 사선에 서 있다가 끝내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아주 개인적인 숨구멍 네버랜드로 떠밀린다. 

네버랜드는 제임스 매튜 배리의 대표작 『피터 팬』에 등장하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사는 가상의 세계다. 네버랜드의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전부 나쁜 사람들이었지만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웬디와 함께 네버랜드를 떠나 어른들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오직 영원한 아이고 싶었던 피터 팬만은 네버랜드에 남는다. 현실에서 생애의 한 시점에 영원히 머무르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영원한 아이’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터 팬의 잔류는 타의에 의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MZ세대도 바로 이 까닭에서 피터 팬이 된다. MZ, 아니 우리는 자의로 기성세대, 즉 어른들의 세상과 거리를 두며 젊음을 독점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어른들의 세상에서 늘 불안한 존재였기에 밀려났을 뿐이다.

배짱 좋게도 우리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 모두 어른들이 먼저 ‘어른답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떠나지 않고 우리의 ‘싸가지 없는’ 모습 뒤 숨겨진 삶의 어려움을 들어줄 진짜 어른이 필요하다. 몸만 커버린 우린 아직 어른이 필요한, 아직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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