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미(법학전문대학원 학생지원센터 상담사)
이연미(법학전문대학원 학생지원센터 상담사)

3월이다. 해가 점점 길어지고 바람이 부드러워지는 시기. 새로운 기회와 시간을 부여받는 학기 초에는 상담실에 노크를 하는 학생들도 늘어난다. 주어진 학업과 과제를 열심히 해내는 것과는 별개로, 가까운 사람에게 설명하기에도, 스스로 이해하기에도 어려운 느낌과 경험을 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나아가려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깊은 내면을 함께 탐색해가는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 마음의 복잡하고 미묘한 움직임에 대해 더욱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새 학기나 시작 같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라는 우리의 마음은 희망이나 설렘 같은 좋은 느낌과 더불어 불안과 걱정 같은 불편한 느낌을 동시에 느낀다. 이럴 때 대체로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과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막상 다루기 쉽지 않기도 하고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슬그머니 마음 어딘가로 옮겨두고는 은연중에 처리해 버리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미루고 눌러둔 감정은 우리의 바람처럼 쉽사리 작아지거나 사라지지 않은 채 마음의 이곳저곳에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특별한 일 없이 슬픈 기분에 잠기거나, 그럴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큰 감정이 유발되는 것 같이 내 생각과는 다른 낯설고 뭔가 맞지 않는 나를 마주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것을 결정할 때도 이와 비슷한 작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정해진 답이 무엇인지 분명함에도, 실질적인 이익은커녕 손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과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이럴 때가 어쩌면 내 미세한 마음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매일 해내야 하는 일들을 잘 해내기 위해 애 쓰느라 여력이 없을 수도 있고, 내 마음이나 감정은 안중에 두지 못할 정도로 몰두해야 하는 중요한 목표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의 시간과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앞으로 주어진 삶의 과제를 잘 수행하는 데 있어 마음을 살펴보는 일은 나중에 시간과 여유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좀 성가신 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음은 좋은 감정만 느끼고 나쁜 감정은 느낄 수 없도록 분리시킬 수 없고,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로는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어떤 행동이나 반응의 패턴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지속된다면 내 마음으로 인해 내가 나의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능동적으로 먼저 내 마음의 패턴을 파악하고, 나의 가치와 지향에 맞도록 적절하게 내 마음을 조정해나가는 연습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각자 주어진 상황에 따라 마음을 살피는 데 들일 수 있는 시간이나 노력의 범위는 다르겠지만, 가능한 만큼은 스스로의 마음을 탐색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살피고, 고민하고, 시도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길 권하고 싶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혹은 잘 통하는 친구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관련 전문가를 찾아갈 수도 있겠다. 어떤 것이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찾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시도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뤄나가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나의 마음을 보다 섬세하게 이해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조율하면서 지나는 그 과정들은 결국 내 마음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내게 소중한 관계를 잘 연결하며,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데 보이지는 않지만 튼튼한 바탕이 돼 나를 유지하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