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지 사진부장
구민지 사진부장

“너는 인스타 하이라이트를 남기는 기준이 대체 뭐야?” 내 sns 계정을 둘러보던 친구가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전혀 하이라이트 같지 않은 순간을 열심히 남겨놓는 모습에 의문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 웃고 넘어갈 사소한 내용도 글로 남겨놓고, 사진이나 영상도 많이 찍지만 그 안의 맥락을 모르는 다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만큼 가치 있다 여기기 쉽지 않다.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한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이 장면은 왜 넣은 건지 모르겠다’는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으며 영상을 만들다보니 ‘이거 말고 그 순간을 찍었어야 하는데’라는 미련을 남기기도 하고, 반대로 영상으로 담아온 순간은 지루함을 피하겠다며 무수히 편집으로 잘라내곤 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모두의 눈에 맞춘 ‘하이라이트’를 남기는 데에 집중하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에는 사진부 출사가 담겼다. 하나의 주제 아래 사진부 기자들이 총 몇백 장에서 몇천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중 단 6장의 사진만이 면을 채웠다. 사진부 기자가 5명인 것을 고려하면 각자 찍은 사진 중 겨우 한두 장만 지면에 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신문사 내에서 좋은 사진을 위해 특히 공을 들이는 요즘, 1면 사진을 찍는 데에도 여러 명의 기자가 동시에 투입돼 몇백 장을 찍어오고는 한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는 5장 정도의 괜찮은 사진에 느낌표를 찍어 표시해두고, 수많은 논의를 거쳐 마지막으로 지면에는 딱 한 장이 실리게 된다.

찍어온 사진을 검토할 때는 ‘피사체가 이렇게 담겼다면, 구도가 조금 달랐다면, 빛을 이렇게 조절했다면’하고 아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결국 그런 사진들은 바쁘게 굴러가는 신문사의 일상에 치여 느낌표도 찍히지 못하고 내 빛바랜 미련만 담은 채 구석에 남겨지게 된다. 신문 발행에 쓰인 한두 장을 제하고 나면, 남은 모든 사진들은 버려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보기에만 잘 나왔거나, 갖가지 이유로 쓰이지 못한 사진은 본인의 마음에만 묻어야 한다. (물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을 해 두지만, 그 사진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

이번 학기 사진부 출사 소재는 ‘고궁’이었다. 주제를 구체화하며 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한 관람객의 사진은 실을 수 없게 됐다. 아쉽게도 어떻게 보면 하이라이트였을 사진이 취재나 보도를 위해 가치 없는 사진이 됐다. 가장 좋은 지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고궁을 즐기는 모습의 화사함을 『대학신문』은 담아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신문사 드롭박스에 사진을 저장하고 나면 처음에 추렸던 사진들과 다른 기준으로 새롭게 느낌표를 찍은 사진까지 내 드라이브에 저장해 둔다. 신문에 쓰이는 사진은 취재에 적합하고 여러 사람의 눈에 괜찮은 사진이지만, 가장 화려한 하이라이트 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의미를 갖는 사진들을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하이라이트에 집중하는 사회의 기준에 맞추기 유독 어려워하며 내 취향이 이상한 건가 의심하게 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기준으로 새로이 정의한 의미의 기록은 나에게 또다른 하이라이트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자기만의 느낌표를 찍은 기록을 남겨갈 때 오롯이 각자가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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