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아 기자(사회문화부)
한현아 기자(사회문화부)

강렬한 색의 문구로 채워진 썸네일을 내건 채, 일견 황당해 보이는 주장을 펼치며 목청을 높이는 이들이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기자가 본 영상 속의 유튜버들은 서로를 죽어라 비방하고 있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거울에 비친 듯 닮아 있었다. ‘애국’이라는 신념을 실천한다는 명목 하에서, ‘누가 무엇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 ‘누구는 빨갱이 간첩이다’ 하는 자극적이고 공허한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하지만 과잉 정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메시지에 적극적으로 화답한다. 심지어 그들은 이런 영상을 공유하는 동류의 사람들과 함께 광장에 나서기까지 한다. 

그렇게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 나선 이들이 부르짖는 애국의 의미를 알기 위해 기자는 직접 발로 뛰기로 했다. 기자가 찾은 광복절의 광화문에는 3,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인파의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든 유튜버가 상주하고 있었다. 주체사상파 척결을 위한 시위에 참여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나라를 위해서 더는 참을 수 없었다”라고 강경하게 답하는 이들을 이끄는 원동력은 어쩌면 광기 어린 신념인 듯했다. 내가 만난 이들은 국가에게 70년대의 ‘산업 역군’으로 호명돼, 스스로를 나라를 이끈 근대적 주체로 임명하며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선 것이었다. 

정치 유튜버와 시청자의 관계를 신념의 악순환이라 표현한 한 취재원의 말이 인상 깊다. 그들 관계의 행태 이면에는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 편향되고 자극적인 말에 이끌린 시청자, 그리고 시청자를 끌기 위해 갈수록 극단화되며 언론 불신을 조장하는 유튜버 사이의 굴레는 국내 정치 환경과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상업성에서 출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정치적 격변기에 부상하기 시작한 대다수의 보수 유튜브는 사실상 중도가 없는 국내 정치 환경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정치 담론에 따라 자연스레 구독자를 얻게 됐다.

스스로를 저널리즘이라 표방하는 이들과 그들의 자극적인 메시지가 환영받는 세태를 살펴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적 저널리즘이 생존을 위해 취해야 할 방향성을 고민하게 됐다. 결국 취재 끝에 이르러서는, 올바른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과잉 정치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진실 추구를 최우선의 가치로 둬야만 한다는 다소 거창한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진실은 단순한 정확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성을 신봉하는 수동적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 유튜브가 환영받고 ‘언론의 위기’가 대두되는 와중 저널리즘이 나아갈 최선의 선택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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