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지음, 홍한별 옮김, 시울, 1만6천원, 262쪽

거침없는 카리스마로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리던 수전 손택의 유작이자 세 번째 평론모음집. 『사진에 관하여』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저자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2년에서 1980년 사이 작품을 모았다.
이 책은 지은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일곱 명의 서구 지식인들에 대한 인물 평전이다. 저자는 앙토냉 아르토, 엘리아스 카네티, 레니 리펜슈탈, 발터 벤야민과 한스-위르겐 지버베르크, 그리고 폴 굿맨과 롤랑 바르트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넘나들던 전위적 지식인들을 다뤘다. 특히 책의 원제이기도 한 평론 ‘토성의 영향 아래(Under the Sign of Saturn)’에는 발터 벤야민의 삶과 글을, 그의 우울함(saturnine)에 초점을 맞춰 그렸다. 벤야민은 카프카 등 대문호의 글을 읽고 성찰을 통해 우울함을 포착했다. 저자는 벤야민의 둔하고 우직한 성격 역시 우울함의 특징이라고 평했다.
이외에도 ‘열정’이 배인 저자의 언어를 통해 ‘무례한 천재적 아마추어리스트’ 폴 굿맨과 ‘열렬한 도덕주의자’ 엘리아스 카네티, ‘병적인 아름다움 집착자’ 레니 리펜슈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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