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원(수리과학부·22)
주정원(수리과학부·22)

오늘날 우리에게는 외교, 노동, 환경, 정치, 국방, 경제, 젠더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놀라운 소식들이 연일 들려온다. 이런 소식을 긍정적으로 여기든 부정적으로 여기든, 현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일상에서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사회의 일을 남의 일이라고 여기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려 했지만 정치인 등에게 실망했거나, 의견이 갈리기 쉬운 주제로 대화하다가 감정의 골이 생길까 염려해서 등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언론에서 전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적절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야 한다.

우선 개인의 일상과 사회적 변화는 무관할 수 없다. 인간은 사회와 떨어져 자급자족하며 살지 않는 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이미 결정된 경제적, 정치적, 규범적 질서에 편입돼 생활하게 된다. 이런 질서가 사람들의 권리를 잘 보장하는가,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가, 그리고 사람들이 질서를 잘 따르고 있는가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지 않는다면 부당한 권리 침해 혹은 사회적 시스템의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치가 실망스럽다고 외면한다면 그것을 가장 반기는 이는 바로 그 실망스러운 정치인, 그리고 그들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일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 실망스럽다면 오히려 정치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바꿀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한편 사회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정하려면 먼저 사실관계를 적절한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을 직접 관찰하지 못하며, 대신 언론이 보도하기로 고른 사건을 전달받는다. 이때 언론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사건을 해석하고 보도한다. 어떤 사건이 중요하며 얼마만큼의 비중을 둬 보도할지, 어떤 후속 취재와 인터뷰를 준비할지 등으로부터 기사의 요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독자에게 사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의 손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사건은 언론을 거치며 재구성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 때문에 하나의 기사만으로 사건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대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사건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쓰인 기사를 읽을 필요가 있다. 언론에 대해 논평하는 매체나 단체(「미디어오늘」이나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 나온 글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는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때 가져야 할 태도로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원칙을 정하고, 고유한 관점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이해하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때 더욱 정합적이고 사회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며, 자신에게서 발견되는 맹점과 오류를 해소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서로의 말을 신뢰하며 들어주고, 정합적이지 않은 생각도 꺼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의견을 공유하거나 공론장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신의 관점을 다듬는 과정은 과거의 수많은 사상가들이 거친 작업인 만큼 자칫 그들의 행적을 답습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치열한 사유는 사회와 인간을 더욱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기준을 마련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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