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혜 수습기자(사진부)
정승혜 수습기자(사진부)

뭔가 손해 본 것 같다. 마치 시지프스가 언덕 위로 둥근 바위를 옮기는 것처럼 끝나지 않는 부담감이 있다. 3년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단단히 속은 기분이다. 이건 어쩐지 부당하다. 누군가는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서울대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청춘의 소중한 한 시기를 ‘통째로 갈아 넣어’ 이곳에 왔다. 여기 모이기까지 등산로의 모습과 난이도는 모두 달랐을지언정, 우리 모두가 땀 흘려 고집스럽게 걸어왔다. 누군가의 응원 또는 시기를 받기도 했고, 좌절했고, 희망을 보기도 했고, 불확실한 미래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여기 모였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누군가 속삭였던 것 같다. ‘저 위가 끝이야, 일단 저 위에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마음 놓고 쉴 수 있어.’ 그런데 이게 뭔가. 우리는 여전히 경쟁하고 있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약대에 편입하기 위해, 다시 시험을 봐서 의대에 가기 위해, 더 조건이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계속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럼 우리는 다 속은 것인가?

필자는 감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달성한 성과는 사라지지 않았다. 학벌주의가 도덕적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당신이 여기 왔다는 사실은 앞으로 당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신이 전전긍긍 노력했던 그 밤들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고, 지나간 세월은 오늘날 당신을 이루는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다. 

당신이 이룬 성취는 대단하지만, 누군가가 보상해줘야만 할 것은 아니다. 아무도 당신을 속이지 않았다. 물론 대학에만 가면 살이 빠질 것이라는 둥 대학에 가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울대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했던 당신은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것은 그 자체로 멋진 일이고 순전히 당신의 선택이었을 뿐, 누가 보상을 약속했던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당신 혼자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부모님이든, 은사님이든, 아니면 친구든, 누군가가 당신 옆에서 어쩌면 당신보다도 억척스럽게 당신을 지켜주고 있었다. 이 등산이 혼자만의 등반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여기 온 것처럼 굴지 말자. 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 업적은 나만의 것이 아님을 인정하자. 

돌이켜 생각해보면,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 기쁘지 않았던가? 그거면 됐다. 그 업적은 나 혼자만의 업적이 아닐뿐더러, 누군가 대가를 약속한 것도 아니었으니, 앞으로 등산로 대신 탄탄대로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인생은 이곳 관악산에 잠시 모였다가, 다시 각자의 등산로로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자. 서울대에 입학한 것이 당신 인생 최고의 업적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관악산의 경치는 멋지지 않았던가. 그 기억으로 앞으로 또 큰 산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위로.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