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재 교수(치의학대학원 치의과학과)
조현재 교수(치의학대학원 치의과학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 오래되고 식상한 용어라고 받아들여질 만큼 당연해졌다. 2014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할 때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이 최근 Chat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창작물과 글에서도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기존의 전자화된 인간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육아 및 간호와 같은 돌봄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접근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만약 인간의 손길과 감정으로 이뤄지는 부분마저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면 모든 인간의 일자리는 거의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치의학은 예방보다는 치료를 중심으로 발달한 분야로, 훈련받은 치과의사가 손으로 치아를 깎아내는 도구를 직접 이용해 충치 치료나 임플란트 시술 시에 정교한 치료를 수행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의 바둑 기사는 이길 수 있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설거지를 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치과 치료는 돌봄 영역과 마찬가지로 최후에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치과 치료 후에 치아를 갈아낸 부분을 수복하는 과정에서는 3D 프린터와 3D 스캐너의 발달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깎은 치아의 모양의 본을 찰흙과 같은 재료로 뜬 후, 해당 부분에 석고를 붓고 왁스로 치아 모양을 재현하면 금 등의 재료로 치아를 씌우는 작업이 주된 수복 치료 방법이었다. 이런 방법은 치아를 깎은 당일에 완료되지 못하고, 며칠 후에 다시 치과에 방문해야만 끝이 난다. 반면 디지털 치의학 기술을 이용할 여건이 되는 치과에서는 당일에 치료가 끝난다. 이런 방식의 치료가 기존 치료 방법보다 항상 우월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의 편리성 덕분에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디지털 치의학이 예방 부문에서는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구강 건강교육 콘텐츠가 디지털로 전달되거나 여러 플랫폼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체계적인 예방 치과적 콘텐츠는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치약의 유해성분만을 드러내 많이 헹궈야 한다고 강조하거나 불소는 독극물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치과의사가 이전보다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게 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디지털’이라는 용어는 치과의사들에게 인공지능 진단이나 원격 진료, 비대면 불법 의료 등의 부정적인 느낌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예방 치과라는 부분은 매우 중요하기에 치료나 진단을 넘어서 모든 사람에게 활용돼야 한다. 최근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이전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는 데 더불어, MZ세대가 구독 경제나 모바일 스토어에 돈을 쓰면서 이전 세대보다 구강 건강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필자도 연구자로서 디지털 치의학 관련 정부 지원 사업하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여러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친화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인공지능이 위험도 설문으로 분류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거창한 말은 하기 쉬우나, 어떻게 대상자를 분류하고 어떤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정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더욱이 사용자 친화적인 UI/UX를 고려해야 한다. 

결국 플랫폼이라는 기술보다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며, 이런 콘텐츠는 디지털 건강 문해력(digital health literacy)과도 연결돼야 한다. 또한, 치의학 영역뿐만 아니라 교육학, 심리학과 같이 여러 분야에 대한 학제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한국인이 만든 비만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눔’(Noom)은 시리즈F 투자까지 받은 유니콘으로, 식이 조절 및 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의학, 교육학, 심리학적 요소를 모두 끌어들였다. 이런 접근과 정교하게 결합한 콘텐츠의 개발이 지금 치의학에는 아직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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