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일(화)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26일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체결된 지난해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기본 골격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년 전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위한 협력의 진정성에 대해 미국 측의 답변을 물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자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 등을 통해 미국이 원하는 대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왔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미래 산업 성장 동력 유지·발전에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자국우선주의적 정책의 문제점을 단호히 피력해야 한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불평등한 조항을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에 포함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 구매에 대한 정부 세액 공제 혜택의 대상을 미국 내 최종 조립·생산된 전기차로 국한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 역차별과 추가적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법의 중국 공장 투자 제한 규정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 진행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미·중 경쟁 차원에서 모색되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이 자국우선주의화되면서,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에게 오히려 경제적 손해를 유발하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된 자국우선주의적 산업정책에 대해서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의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하고, 시장을 폐쇄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연합과 같이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경쟁 속에 유사한 입장에 처한 국가들과 함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국제무역질서의 다자주의적 개방성을 강조해야 한다.

더불어, 최근 미국의 입법 조치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예외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하위규정에 대한 의견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고 올해에도 칩4 동맹 회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적 산업 정책 속에서 한국 기업의 손해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미 외교의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최적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 등 미국의 입법 조치는 한국의 미래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 동력의 핵심 산업 분야에 직결돼 있다.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장기적 국가 비전 속에서 한·미동맹의 진화를 활용한 적극적 대미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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