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란(철학과·19)
이유란(철학과·19)

지난 3일(금) 마라도에 살던 길고양이 약 40마리가 섬 밖으로 반출된 사건이 있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둘러싼 논쟁으로 각종 커뮤니티가 뜨거워지기도 했다. 논쟁은 한 유튜버가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영상의 요지는 길고양이 중성화(TNR)가 개체 수 조절에 전혀 효과가 없으며, 먹이 주기로 인해 늘어난 길고양이가 새 등의 소동물을 해치므로 먹이 주기 중지와 입양으로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상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조 여론을 형성했다. 동물 보호 단체 및 지자체 등은 영상 속 여러 논리와 근거를 두루 비판했다. TNR 정책이 개체 수 조절에 무용하지 않다는 점, 길고양이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에 뿌리를 내린 자생종이라는 점, 먹이 주기를 멈춘다고 해서 개체 수가 확실히 조절될 수는 없다는 점 등이 주요하게 지적됐다. 

하지만 해당 영상의 가장 큰 문제는 한 종에 대한 단순한 방임과 삭제를 너무나도 쉽게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새와 길고양이는 모두 인간이 환경을 파괴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갈 곳을 잃었다. 야생은 모두 개발된 도심으로 변화됐다. 맘껏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땅을 잃은 생명들에게, 야생동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빼앗아 놓고 마냥 야생동물로만 살아가기를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먹이 주기가 문제라면 단순히 먹이 주기를 중단하고 방임하기에 앞서, 야생 동물이 자생적으로 충분한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만큼의 땅을 야생으로 되돌려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했다. 

또한 우리는 인간이 제공할 수 있는 더욱 적절한 돌봄은 무엇인지를 상상해봐야 한다. 길고양이 돌봄으로 인해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길고양이로부터 돌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논의해야 했던 것이다. TNR 개선을 위한 심화된 논의, 유기동물 유입을 막기 위한 펫샵 문제 해결과 법제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논의를 뒤로한 채 단순한 방임과 삭제를 주장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사회 전반적 가치관에 부도덕한 왜곡을 유발함으로써 큰 위험을 낳는다. 

더 나아가 해당 영상 기저에 자리한, 생명을 대하는 차별적이며 비일관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인구 과밀과 무분별한 산업화로 수많은 생태계와 생명이 파괴되는 등 지구 전체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인간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살처분이나 출산 억제를 제안하지 않는다. 또한 기근에 대한 구호 활동이나 저개발국 복지 증진을 위한 세계적 노력은 당연히 옳은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의 생명이 이와 같이 중시되는 만큼 비인간의 생명도 똑같이 그래야 한다. 

동물 종들 간의 종 차별적 태도도 옳지 않다. 천연기념물 등의 보호는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다른 개체를 해치거나 죽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해결책이다. 또한 천연기념물이나 반려동물 등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에도 도살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살육돼 식탁 위에 올라오는 소, 닭, 돼지 등의 생명과 고통도 똑같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함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를 가치의 질서 속에서 바라보고, 지향해야 하는 근본 가치를 확고히 해 이에 입각한 일관적인 사고와 태도를 보일 때, 비로소 세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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