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1년 1학기부터 현재까지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19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5학기째 거주 중이지만, 그동안 관악사 내 화재 대피 훈련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해당 일시에 호실에 부재해 여태 훈련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관악사의 화재 훈련은 어떻게 진행돼 왔을까.

관악사 홈페이지에서 필자가 입주한 시점부터 실시된 화재 훈련을 확인해 봤다. 2021년 1학기에는 관련 공지가 누락됐으며, 2학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상으로 대체됐으나 해당 게시글 조회수는 현재 약 870회로 관악사 총 거주 인원(5770명)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919동 화재 직후인 지난해 1학기에는 총 두 차례의 훈련이 시행됐다. 같은 해 2학기에는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900동, 901동, 915동에 한해 관악구 소방서 종합훈련이 있었고, 올해 1학기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는 별다른 공지가 없다.

현재 관악사는 ‘공공기관의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 2회 이상 소방훈련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물음표다. 모든 사생이 훈련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참여 가능 시간대를 제공하지 않고, 현장 참여 훈련이 진행되는 시간대 역시 다수의 사생이 주로 호실을 비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면 훈련 시행 횟수 및 주기도 다소 불규칙하며, 함께 진행되는 비대면 교육은 생활관 홈페이지를 자주 확인하는 사생이 많지 않아 실질적인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화재대응 관련 자료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관악사에 입주하는 모든 사생에게는 ‘온라인 입주 OT’ 구글폼을 통해 생활안내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때 화재 대처요령 영상과 동별 대피 장소 정보도 간략히 제공되는데, 분량이 방대해 화재 관련 내용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사생들이 화재 시 대처 방안을 알기 위해 번거롭게 메일에 남은 작성 기록을 뒤적거리지는 않는다. 이렇게 입주 초에 한 번 스치듯 작성한 구글폼만으로 이를 제대로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각 호실 출입문에 부착된 유사시 대피로 안내도 가독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관악사에 거주하는 모든 학생들이 대피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 가능한 훈련 일정과 시간을 확보하고, 사전 홍보를 통해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비상시 대피요령과 소화전 위치 등 관련 정보를 상시 열람할 수 있도록 생활관 카카오톡 채팅방에 고정해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소방훈련의 시행 빈도와 시간대를 충분히 조정해 모든 사생이 연간 1회 이상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화재를 진압하고 무사히 현장을 벗어날 수 있는 요령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김한은

종교학과·21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