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현 차장 (취재부)
한정현 차장 (취재부)

작년 이맘때, 미네르바의 부엉이에 첫 칼럼을 기고한 기억이 난다. 그 글에서 코로나19로 좁아진 식견을 넓히기 위해 『대학신문』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만큼 신문사에서 참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다. 이제 기사는 눈 감고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여전히 10번 넘게 기사를 수정하고 있고, 아직 모르는 것도, 경험하지 못한 것도 쌓여 있다. 자신만의 번데기 세계에서 나오려면 아직 한참 먼 느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작년의 나보다는 확실히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번데기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길 바라며’라는 그 칼럼의 제목처럼, 난 과연 번데기에서 벗어났을까?

항상 무언가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심지어 현재 내가 속해있는 『대학신문』이라는 조직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쏟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영혼을 갈아 넣는다’라는 표현을 어렴풋이 이해했고, 한편으로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불타게 하나 궁금하기도 했다.

지난번 『대학신문』 신입 기자 모집 때 나에게 신문사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며 반 후배가 연락을 해왔다. 난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는 게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아는 것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반 후배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말을 했다. ‘신문사에 대한 선배의 애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저도 한 분야에 선배처럼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조금 당황했다. 내가 『대학신문』에 그만큼의 애정이 있던가? 어쩌다 보니 벌써 1년 반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특별히 엄청난 열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문사에는 정말 『대학신문』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고 대학 시절 절반 이상의 시간을 여기서 보낸 분들도 있다.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이 많이 든 것은 맞는 것 같다.

특별한 각오 없이 들어온 신문사는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개인적으로 특별했던 경험들도 많았다. 특집 기사를 방학에 열심히 기획했던 경험도 지나고 보니 정말 소중하고, 취재를 위해 충북 괴산까지 가본 것도 새삼 놀랍다. 신문사와 기사에 대한 애정은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차곡차곡 들어앉아 있었다. 돌아보면, 옛날에는 동아리에 열정을 쏟는 선배나 친구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비춰지고 있었을까.

때로는 엄청난 각오보다도 조금 내려놓은 마음이 더 낫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나만의 번데기 세상에서 한 걸음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번데기에서 벗어날 만큼의 열정은 어쩌면 물처럼 서서히 끓어오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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