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강연회 | 2023 세계 물의 날 기념 포럼 ‘물 문제 해결 연구를 위한 파트너십 포럼’

국제연합(UN)은 수질오염, 물 부족 같은 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1992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했다. 물은 농업이나 반도체 공정 산업 등 많은 영역에서 쓰이지만,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기업, 국민 등 모든 주체가 함께 물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다. 공학연구원은 지난 21일(화) 대학원연구동(39동)에서 ‘물 문제 해결 연구를 위한 파트너십 포럼’(포럼)을 열어 국내 물 문제를 논의했다. 『대학신문』은 물 문제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물 관리 필요성을 짚고, 포럼 내용을 통해 국내 물 관리 현황과 미래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담았다.

 

가뭄, 물 관리로 대응해야

현재 한국의 남부 지방은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의 가뭄일수는 각각 281.3일과 249.5일로, 1974년 이래 역대 최장 지속 기간을 기록했다. 이강근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전국적으로 가뭄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지적으로 가뭄이 아주 심각한 곳이 생긴다”라며 “가뭄의 정도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는 남부 지방에 심한 가뭄이 도래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광주·전남 등 호남지역을 덮친 심한 가뭄으로 인해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만 수도를 공급받는 제한 급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가뭄은 더욱 대응이 쉽지 않은 자연재해로 변모하고 있다. 이주헌 교수(중부대 토목공학과)는 “가뭄의 원인인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기후 현상이 최근 들어 가뭄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통 1~2년 지속되는 라니냐 현상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발생하며 가뭄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뭄은 인간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며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가 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 활용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포럼, 한국의 물 관리 체제 설명해

그렇다면 한국은 물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포럼에서는 한국이 환경부를 필두로 수량·수질·수생태·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물 관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제용 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탄소중립시대의 물관리 정책의 방향’ 주제 발표에서 “한국 물 관리 체계는 홍수 피해는 최소화하고 가뭄 때는 적재적소에 물이 공급되도록 하는 통합 물 관리 시스템이다”라며 “건전한 물 순환이라는 국가적 목표하에서 물 순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통합 물 관리 체제로의 전환은 이전 물 관리 시스템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됐다. 윤제용 교수는 “댐, 제방, 하수 처리장 등 물 관련 인프라가 많이 있지만, 노후화된 게 상당히 많았다”라며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나 물을 관리하는 부처가 산재돼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과거 물 관리 시스템을 지적했다. 부처별로 물 관련 업무와 예산이 중복되는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같은 물이더라도 국토부가 수량을 관리하고 환경부가 수질을 관리하며 이원화돼 있었다”라며 물 관리 일원화가 제기돼 온 배경을 밝혔다.

물 관리의 일원화는 2018년 6월 관련 3법(물관리기본법,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본격 추진됐다. 윤제용 교수는 “물관리기본법으로 향후 10년간 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2021년 수립되고, 물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된 정책을 고안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라고 설명했다. 당일 포럼 발표자이자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민간위원인 최진용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생태계 지속 가능성, 경제적 효율, 사회적 평등을 제고하고자 거버넌스를 마련해 물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물 관리를 위해서는

그러나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필두로 한 한국의 물 관리 거버넌스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윤제용 교수는 “시민 사회의 논의 끝에 물 관리 기구가 만들어졌음에도 물 관리 비전을 수립할 때까지만 활성화될 뿐 그 이후 어떻게 물 관리를 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라며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물 관리에 국민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농민이 주가 돼야 하는 농업용수 관리에 농민의 참여는 배제된 실정이다. 최진용 교수는 ‘통합물관리 체계에서 농업용수 관리와 농민 참여’ 주제 발표에서 “물 이용과 개발에 시민 사회의 역할이 커지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국내 농민은 용수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업용수 관리에 참여하기 어렵다”라며 “이는 곧 농민을 제삼자 위치에 두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물 관리를 위해서는 당사자이자 이해관계자인 농민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비전공유형 협의체를 통한 수자원 파트너십’ 주제 발표에서 김영오 교수(건설환경공학부) 또한 “가뭄과 같은 재해가 찾아오면 급하게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정작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의 참여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가뭄 피해를 본 국민이 가뭄 피해 저감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제외되는 하향식 의사결정에 대한 지적이다.

이에 김영오 교수는 이해당사자와 비당사자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참여형 의사결정 방식인 ‘비전공유모형’을 구축해야 함을 강조하며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 문제를 고민하던 충청남도 기후변화 적응 물관리정책 협의회를 통해 참여형 의사결정의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충남 보령댐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연구원 △지자체 도시정책과 △시군 주민 대표 △산업체 △농업경영인 등이 함께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어 그는 “비당사자인 전문가가 연구의 정답을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과정을 공유하며 물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라며 “당사자가 재해 시나리오 모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한지 정확히 요구하면, 최선의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은 모두가 사용하는 것인 만큼, 물 관리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뭄과 같은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더욱 실효성 있는 물 관리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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