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천에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해 왔다. 물가에는 갈대숲이 풍성하게 형성돼 있었고, 가을 녘까지는 새끼 오리들이 줄지어 어미를 따라다니는 사랑스러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대학신문』은 이런 도림천 생태계의 다채로움에 주목해 ‘도림천 생태계 탐방’을 출사 주제로 삼기도 했다. (『대학신문』 2022년 10월 3일 자) 그러나 지난여름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도림천 생태계가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9일(일) 방문한 도림천의 서울대 정문 앞 구간은 하천 단면 확장 공사를 위해 물을 뺀 상태였다. 하천을 따라 산책하던 관악구민 A씨는 “보행로 공사가 끝났다고 해서 왔는데 시멘트로 뒤덮여 경치가 예전만 못하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관악구민 호희정 씨(66) 또한 “갈대가 없어지니 청둥오리들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라며 “이맘때쯤 보였던 새끼 오리들이 안 보이니 마음이 안 좋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오리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은 공사 구간을 벗어나서야 볼 수 있었다.

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에 대해, 관악구청 관계자는 “새들이 새끼 낳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이라며 “생태계와 아름다운 경치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8월 폭우 당시 도림천 수위는 보행로를 훌쩍 넘어 교량 바로 밑까지 물이 차올랐고, 범람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본 공사는 주민의 삶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홍수 피해가 빈번한 구간의 깊이와 너비를 확장해 수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아가 홍수가 동식물 서식지 또한 파괴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해당 공사는 장차 생태계 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천 단면 확장 공사는 이듬해 6월 이내로 완수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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