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지리학과 석사과정)
김지윤(지리학과 석사과정)

2022년 10월 29일, 그날 밤은 우리에게 차마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수많은 군중이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으로 몰려들었고, 오후 10시 15분경 이태원역 1번 출구와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를 잇는 골목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사고를 대비하지 못한 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경찰을 향해 사고 예방의 첫 단계인 참석 인원 추산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오갔다. 따라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를 확인해 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는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를 파악하기 용이한 자료다. 이 자료는 조사 당시 서울에 주민등록된 인구 뿐만 아니라 업무나 관광을 위해 서울에 있던 사람도 포함함으로써, 해당 시간에 그 공간에 있었던 인원의 실질적인 규모를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데이터는 해당 구역 통신 이용자의 연령, 성별, 국적을 제공하며, 그 이용자가 타 지역에서 왔다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분석 결과, 사고 당일 오후 10시경 서울에서 집계구 당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이태원역과 인접한 두 개의 집계구였다. 국적별로는 한국인이 73.8%, 중국인이 6%, 중국 이외 외국에서 온 외국인이 20.2%를 차지했다. 해당 지역 한국인의 성별 생활인구 수는 여성과 남성이 거의 동일했지만 사망자는 여성 102명, 남성 56명으로 여성이 더 많은 목숨을 잃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큰 차이는 압사 사고 특성상 체격이 작고 폐활량이 낮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성·연령별 생활인구 수를 살펴보면 20~24세 여성이 가장 많았고, 25~29세 여성, 25~29세 남성, 20~24세 남성 순이었다. 집계구 단위로 살펴보면 이태원역 남쪽 집계구는 2만 9,116㎡ 면적에 최대 약 2만 명이, 사고가 발생한 집계구는 15만 7,037㎡ 면적에 최대 약 1만 7,500명이 모였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서울 생활인구의 관내·관외 이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먼저 한국인의 관내 이동을 살펴보면 용산구(이태원1동 거주자 제외)에서 온 인원이 4,6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관악구(1,900여 명), 마포구(1,500여 명) 순이었으며, 관외 이동은 충남(약 1,050명), 부천시(800여 명), 충북(780여 명) 순으로 많았다. 외국인 장기 거주자 관내 이동은 용산구(780여 명), 동대문구(450여 명), 마포구(300여 명) 순이었고 관외 이동은 충남(131명), 화성시(131명), 포천시(107명), 평택시(105명) 순으로 많았다.

한편 사고 당일 오후 10시경 이태원 1동과 2동 기지국에 접속한 인원은 알뜰폰 사용자를 포함해 약 13만 명에 달했으며, 특히 사고 발생 지점에는 18.24㎡ 면적에 300명 이상이 모여 있었다. 이는 1㎡당 16.44명이라는 초고밀도의 상황으로, 누군가가 넘어진 자리에 또 누군가가 넘어져 뒤엉켜 있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서로 겹겹이 쌓여 있어 이들을 구조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했다. 즉, 사고 당시 1㎡당 5명 이상이라는 군중 밀집 임계점을 훨씬 넘어선 초고밀도의 인원이 사고 지점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압사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행정 당국은 특정 공간에 많은 사람이 집결하거나 단체 행사가 생기는 경우, 사전에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생활인구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집결 인원을 예측하고, 사고 대처 방안을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겠다. 핼러윈과 같이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은 행사나 축제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많은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또한 밀집도가 크게 증가할 경우 재난문자 서비스로 실시간 안내를 하거나 경찰이 해당 지역에 긴급 출동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 또한 필요하다. 대규모의 인원이라 하더라도 인원 통제 및 통행에 대한 안내가 잘 이뤄진다면 큰 인명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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