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소비자학과 석사과정)
이현경(소비자학과 석사과정)

현대인은 종종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즉 현대에 태어난 황금시대의 인류로 묘사되며 형식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소비를 통한 행복과 만족 추구를 우선시하는 존재로 설명된다. 이런 특성화는 인간이 행하는 소비라는 행위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는 동시에 소비자이자 소비자학을 연구하는 자로서 경험하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됐듯, 소비를 통한 행복 추구는 개인 자신의 이익과 즉각적인 만족을 우선시하는 형식적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더 많은 소비가 더 큰 행복과 성취감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을 생산했으나, 인간의 무한한 욕구는 영원히 만족되지 못한 채 자원의 고갈, 노동 착취 및 환경 파괴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의 딜레마는 우리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더 많이 소비하고 싶어 하는 역설에 빠져 있다는 데에 있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정체성은 너무나 깊이 뿌리박힌 나머지, 더 이상 소비가 자기 표현과 성취의 주요 수단이 아닌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딜레마의 중심에는 물질에 대한 욕구와 더욱 깊고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욕구 간의 근본적인 긴장이 존재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축적하려는 충동과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깨달음 사이에 껴 있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역설 안에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소비자로서 우리는 우리에게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동적인 수령자가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과 관계를 형성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소비의 역할을 성찰하고 우리가 하는 소비가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것인가, 또 우리의 가치와 일치하는가에 관해 자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 합리성은 우리로 하여금 주저 없이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하지만, 역설에 직면한 우리는 이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행복을 정의하기 위해 물질적 소유와 소비문화에 과잉 의존하는 대신,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소유한 것’에 달려 있지 않은 목적의식과 의미를 배양해야만 한다. 이런 변화는 쉽지 않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행동과 과잉 소비주의 문화를 영속시키는 더 큰 체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소비와 그 역할의 문제는 매우 개인적이며 실존적인 것이다. 현대의 소비는 우리에게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또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로서 우리는 선택을 통해 우리 주변의 세상을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이 환경, 사회 및 스스로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만족과 행복에 대한 의미를 재정의하고 물질적 소유 이상의 목적과 의미를 함양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씀’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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