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뮤지컬 티켓 가격의 상승 이유와 그 대안을 파헤치다

황홀한 음악과 흥미로운 즐거리로 가득찬 뮤지컬. 관객은 그 화려한 종합예술을 즐기기 위해 점점 오르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해 왔다. 그러나 이번달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의 티켓 가격이 좌석에 따라 최소 7만 원부터 최대 19만 원까지로 책정되며 지금까지 깨지지 않던 15만원이라는 상한선을 부쉈다. 이에 따라 관객의 원성이 끊이지를 않으며 뮤지컬 관람의 장벽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계속 오르는 뮤지컬 티켓 가격, 그 이유와 대책은 무엇일까.

 

뮤지컬 가격 상승, 도대체 왜?

뮤지컬은 공연 예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매 회차마다 무대에서 공연을 재연해야 한다.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하는 원종원 교수(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뮤지컬은 한 번 제작하면 계속해서 상영할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제작비와 인건비가 공연 횟수에 비례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한국의 뮤지컬 제작사들은 단기간에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뮤지컬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 ‘뮤지컬천재 황조교’(황조교)는 “단기간 흥행을 위해서는 인지도 높은 배우나 아이돌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라고 해설했다. 공연 관계자 A씨는 “제작사 측에서는 해외 뮤지컬 라이선스를 사오는 비용인 로열티를 포함해 뮤지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결국 티켓을 매진시킬 수 있는 인지도 있는 스타를 캐스팅함으로써 메꿀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스타 배우나 아이돌을 영입해 흥행을 노리는 ‘스타 캐스팅’은 뮤지컬 티켓 가격 상승의 주요한 이유다. 고희경 교수는 “배우 중심의 관람 문화가 형성돼 있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배우의 개런티가 높고, 공연 제작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황조교는 “국내 공연계에서는 배우에게 지급하는 개런티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다”라며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는 비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타 캐스팅에 소요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가된다”라고 덧붙였다.

 

스타 캐스팅이 쏘아올린 것

실제로 스타 캐스팅 전략이 배우를 보기 위해 오는 다수의 관람객을 유입시키며 국내 뮤지컬 시장을 확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공연 칼럼니스트 박병성 씨는 “스타 덕분에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잠정적인 뮤지컬 관객층을 확장시켰다”라고 설명했다. 8년째 뮤지컬 업계에 몸담아 온 관계자 B씨 역시 “스타의 팬들에게 뮤지컬의 즐거움에 입문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뮤지컬이 어느 정도 친숙한 공연 예술 장르로 자리 잡은 지금은 오히려 스타 캐스팅이 뮤지컬계의 발전을 정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희경 교수는 “작품보다 배우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면, 장기적으로는 뮤지컬 작품과 장르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황조교 역시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느냐가 작품 흥행의 성패를 결정하게 돼 작품의 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스타 캐스팅이 뮤지컬계에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 캐스팅이 계속해서 새로운 관객을 유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병성 씨는 “티켓 가격이 비싸질수록 뮤지컬은 이미 형성된 마니아층이나 공연 관람을 할 만큼 여유가 있는 계층을 위한 예술로 전락하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고희경 교수는 “스타를 좋아하는 관람객 덕분에 부동층이 있어 제작사가 굳이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유지된다”라면서도 “뮤지컬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객층의 유입이 필수적인데, 가격적 부담으로 인해 잠재적 관객층이 심리적 장벽을 느끼고 있다”라며 이런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착한 가격의 매력적인 창작 뮤지컬

뮤지컬이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대중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 방안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창작 뮤지컬의 성장이다. A씨는 “창작 뮤지컬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 매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라며 “그렇게 되면 스타 캐스팅에 대한 부담도 자연스레 경감된다”라고 풀이했다. 박병성 씨는 “창작 뮤지컬은 수익 창출의 통로를 다각화할 수 있다”라며 “〈웃는 남자〉나 〈팬레터〉처럼 일본과 중국으로 해외 수출을 할 수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자유롭게 MD를 판매하는 등 여러 길이 열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창작 뮤지컬은 티켓 가격을 고가로 책정해야 한다는 제작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다만 창작 뮤지컬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B씨는 “뮤지컬의 저변을 넓히고 제작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창작 뮤지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뮤지컬 창작자가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나 형식을 시도하고, 제작사도 그런 시도를 과감하게 수용할 때 창작 뮤지컬, 나아가 한국 뮤지컬계가 성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고희경 교수 또한 “스타 캐스팅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건강한 뮤지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작 뮤지컬을 잘 안착시켜야 한다”라며 창작 뮤지컬 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편 고 교수는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창작 뮤지컬에는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라며 창작 뮤지컬 작품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과감한 스타 캐스팅이 전략상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뮤지컬의 서사를 따라가며 스스로 독해해보는 즐거움, 음악을 느끼며 순간의 퍼포먼스를 즐기는 짜릿함. 뮤지컬이 갖는 매력을 가격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으려면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지 않는 건강한 뮤지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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