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원작 팬과 새로운 팬을 사로잡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슬램덩크〉 명대사,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1990년대 한국을 강타했던 만화 〈슬램덩크〉는 지난 1월 4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개봉한 이후, 지난달 12일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흥행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대학신문』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소비하는 새로운 현상과 인기의 원인을 알아봤다. 

 

◇〈슬램덩크〉의 귀환을 환영하는 원작 팬들=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전부터 원작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된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한다. 〈슬램덩크〉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양세준 교수(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높은 작화 완성도와 연출력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한국에서도 90년대 큰 인기를 끈 원작은 많은 이들이 농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당시의 인기를 회상했다. 그렇기에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은 과거의 팬들에게 더욱 특별하다. 아울러 양세준 교수는 “원작의 완결로 인한 아쉬움이 영화에 대한 기대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각본과 감독을 원작자가 맡았다는 점도 원작 팬들의 관심에 큰 몫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의 완결 부분에 해당하는 산왕공고와의 대결을 다룬다”라며 “이는 이제 중년이 된 기존의 〈슬램덩크〉 세대에게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돌아오는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관객의 눈길을 끈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전략=〈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기존 팬층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객층도 쉽게 유입될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정재욱 교수(상명대 SW융합학부 애니메이션 전공)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보통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영화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식을 택했다”라며 “이는 관객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낳았다”라고 설명했다. 김효진 교수(일본연구소) 또한 “영화는 원작에 길게 녹아있던 다른 인물들의 서사를 줄이고, 송태섭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서사를 구성해 완성도와 이해도를 모두 높였다”라고 언급했다.

영화에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새롭게 도입해 생동감을 강화한 점도 특징적이다. 김윤경 교수(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스쿨)는 장면의 완성도를 높인 일등 공신으로 ‘툰 셰이딩’(Toon Shading) 기술을 꼽았다. 그는 “이 기술은 역동적인 장면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3D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면서도 관객에게는 원작 일러스트와 비슷한 2D처럼 보이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관객은 툰 셰이딩 기술을 통해 원작 만화에 등장하던 캐릭터들의 표정과 성격이 풍부하고 생생하게 묘사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영화는 원작에 대한 기존 팬들의 향수를 지키면서도 3D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장면 구성으로 새로운 재미의 확보를 꾀한 것이다.

◇〈슬램덩크〉를 소비하는 새로운 팬들=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성별과 세대를 막론하고, 기존 팬층이 아닌 새로운 관객층에서의 인기도 뜨거웠다. 롯데시네마 홈페이지의 관람 선호도에 따르면 1일(토) 기준 20대의 예매율은 45.5%로 전체 예매 관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양세준 교수 또한 “CJ CGV에서 발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개봉 초기 30대 이상의 관객 비율이 전체 관객 중 80%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개봉 4주 차 이후 20대 관객 비율의 증가로 여러 세대에 관심이 고루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관객의 성별도 남성과 여성 관객의 비율이 7:3이었던 개봉 초반과 달리 지금은 여성 관객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 남녀 관객 비율이 반반 정도로 바뀌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효진 교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여성 관객층이 늘어남에 따라 영화와 원작을 향유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도 짚었다. 영화를 10번 이상 관람했다는 김효진 교수는 “최근에는 〈슬램덩크〉 캐릭터에 대한 팬아트와 같은 2차 창작물이 생겨나고 있다”라며 “여성들도 이제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N차 관람을 넘어 관련 굿즈를 구매하거나, 원작을 함께 찾아보는 등 여러 방식으로 〈슬램덩크〉를 즐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슬램덩크〉의 인기가 중년층 남성을 넘어 청년층과 여성에게로 확산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면서 〈슬램덩크〉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슬램덩크〉의 귀환을 오래도록 기다려 온 원작 팬층의 기대를 충족하면서도, 발전적인 변화로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슬램덩크〉가 완결된 지 27년이 흘렀지만, 〈슬램덩크〉의 영광의 시대는 여전히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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