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살펴보기

지난 2월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일곱 차례 연속으로 인상하던 기준금리를 약 1년 만에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국가의 무역적자는 13개월째 지속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일까. 대내외적 경제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이 대응해야 할 방향을 알아봤다.

 

한국은행을 궁지로 내모는 경제 상황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과 거래할 때 사용하는 금리를 말한다. 기준금리에 따라 시중금리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물가나 환율 등 여러 경제 지표가 바뀌게 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통화정책의 출발이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등 시장금리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정책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인 2%를 웃돌아 4%대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 하락을 도모한다. 더불어 수출과 수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내수에 비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정할 때 기축통화 보유국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야 물가와 환율이 안정된다. 김종혁 교수(충남대 무역학과)는 “미국 금리에 연동해 우리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상당수가 한국에서 돈을 빼 미국에 투자할 것이고, 투자 유출 현상이 심화되면 경기 침체 속도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수 연구원 또한 “한미 금리 차가 1.5%p 이상 나면 미국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한국은행은 동결하며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p까지 벌어졌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부채의 악화로 인한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필상 명예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867조 원, 기업부채가 1,840조 원으로 민간부채가 우리나라 GDP의 약 225%다”라며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부채가 많은 가구와 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대내적인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의 통화량을 줄여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특성을 갖기에 신중히 행해져야 한다. 박웅용 교수(경제학부)는 “현재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돼 국내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남시훈 교수(명지대 국제통상학과) 또한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대신 기업의 투자와 사람들의 소비가 감소해 경제에 악영향이 심해진다”라며 “금리를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정책을 통해 금융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물가를 안정시키려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도 발을 맞춰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은행의 줄타기, 기준금리 동결

이런 맥락에서 최근 기준금리 동결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경기 침체 방지라는 변수들 사이에서 일종의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의 동결 결정에 대해 박웅용 교수는 “수출 부진이 심화되며 국내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잠시 동결하고 물가, 국내 경기, 금융 시장의 상황을 일단 지켜보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최근 심각해진 가계부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 안정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병훈 교수(이화여대 경제학과)는 “최근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한국은행의 무게 중심이 금융 안정 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당장 제2금융권이 많이 투자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가계부채가 심각하기에 금리가 더 오르면 부채를 갚지 못해 금융 불안이 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금리 동결로 인한 물가 상승과 미국과의 금리 격차 심화가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금융 불안에 비해 그 문제의 시급함이 덜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희수 연구원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에 “현재의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금리뿐만 아니라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국제 정세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금리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전망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며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 시장의 상황이 아직은 불안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석병훈 교수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계획대로 이어간다면 국내 금리와의 격차가 사상 최대치인 1.75%p까지 벌어질 수 있지만, 환율이 금리 격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의 경제 기초 여건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앞에 놓인 불확실한 문제들

하지만 기준금리 정책에 명확한 정답을 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어디까지 벌어져도 될지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국내의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 등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그때그때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박상인 교수(공기업정책학과)는 “기준금리 격차가 어느 정도 벌어져도 되는지는 이론적으로 알 수 없으며, 기준금리는 물가 등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며 한국은행이 고심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웅용 교수는 “물가 상승률은 높고, 경기는 침체할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두 요소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선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급격히 커지며 외국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외환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석병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많을뿐더러, 당시와 달리 다른 나라에 빌려준 돈이 빌린 돈보다 많은 순대외채권국에 해당해 당장 외환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경상수지 적자와 금리 격차로 인한 외환 유출의 위험이 내재돼 있다. 이필상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심했을 때도 경상수지는 흑자였는데, 지금은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진입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 자본이 계속 빠져나가면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위기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준금리가 동결되며 고금리가 유지되는 시점을 틈타 심각하게 증가 중인 민간부채를 억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희수 연구원은 “수십 년 동안 정부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디레버리징*에 실패했으나 이제 고금리 시대에 진입한 만큼 디레버리징이 계속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악화는 건전한 성장을 위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며 “자산을 확대하기보다 부채를 상환하는 움직임이 위기를 막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가계부채, 경기 침체, 물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어렵고 중요한 정책금리다. 한국은행이 불확실한 금융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해보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주로부터 법적으로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또는 차입이 줄어드는 것.

 

삽화: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