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서스의 인구론은 19세기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해 종국에는 기아, 전쟁 등으로 파멸적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인구론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빗나갔다. 제초제, 화학비료 등의 기술 발전으로 농업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증가했고, 인구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기대 수명이 증가하며 개인의 삶을 더 추구하고 적은 자녀를 더 잘 키우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맬서스 인구론은 결과적으로 틀렸지만, 그가 제기한 사회적 위기론은 다른 방식으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재정 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 위기, 코로나 위기 등을 겪으며 재정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더군다나 빈부격차, 빈곤 문제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재정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 중이다. 여기에 고령화, 저출산 같은 인구 리스크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반면에 정부의 재정수입은 조세 제도의 경직성과 거시 경제적 저성장으로 빠르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 부채 수준은 빠르게 증가해 정부 부채는 OECD 대부분 국가의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재의 제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지출은 평균적으로 1.4% 증가하지만, 수입은 0.8%만이 증가해 2070년에는 국가 채무가 GDP의 192%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더불어 정부지출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 보장 제도를 지탱하기 위해 GDP의 42%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급증한 재정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면 국가 파산 또는 중앙은행의 개입을 통한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해야 할지 모른다. 

현재 전 세계는 맬서스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 재정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고, 여러 이유로 조세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다. 성장률도 장기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 국가들도 최근 20년 동안 경제 성장을 거의 하지 못했고, 프랑스는 최근 연금 개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게다가 최근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로 환경친화적 산업으로의 전환이 진행되며 성장 위주의 경제로 나아가기는 더욱 어려워 졌다. 그렇다면 기대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을 상쇄할 만한 기술 발전밖에 없다. AI 등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소수의 노동자만으로 사회 전체를 지탱할 수 있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문제까지도 부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하는 소수가 노동하지 않는 젊은 세대까지 부양하는 것보다 노년 세대만 부양하게 된다면 저출산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위기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정부 재정 문제는 역사적으로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혼란을 만들어냈고, 비교적 최근 그리스의 부채 위기를 촉발하기도 했다. 

결과론적으로 폐기됐지만, 인구론은 19세기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이고 진지한 문제였다. 기술 발전이라는 다소 우연적인 요소로 해결됐지만, 이런 우연이 앞으로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혁신적인 생산성 증가가 이뤄진다면 재정학자들의 경고는 시대를 읽지 못한 것으로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맬서스는 시대를 앞서 태어났던 경제학자로 되살아날 것이다. 과연 맬서스는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심재찬 간사 kokop@snu.ac.kr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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