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대학신문』은 다큐멘터리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능력주의의 허상을 비판한 〈능력주의 기획〉 △코로나19 시기 입학한 ‘코로나 학번’의 고충을 담은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 △미국의 낙태권 논쟁을 담은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그 속을 들여다보다〉가 차례로 발행되며 내실을 다졌다. 『대학신문』 기자들의 진득한 고민이 묻어나는 다큐멘터리와 그 제작기를 들어보자.

“사람을 닮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창현 전 뉴미디어부 기자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제작하던 때를 떠올렸다. 뉴미디어부 초창기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게 만들겠다는 포부 하나로 시작한 다큐멘터리였다. 박완서 작가의 생애부터 출발해 대중, 유족, 문단이 작가를 기억하는 방식을 취재해 고스란히 담아냈다. 편집 문법, 내레이션, 촬영 앵글 등에서 미숙한 데다 인력 부족 때문에 고전을 겪었던 그였지만, 오히려 이런 제작의 경험을 통해 그는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박 전 기자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라며 “취재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잘 듣는 일의 가치를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완서 작가의 삼녀인 호원경 명예교수(의학과)와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모친의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의 모습에 박 전 기자는 “신파로 어설프게 포장한 르포로는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라며 “글로는 차마 포섭하지 못하는 요소를 다큐멘터리로 담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호원숙 명예교수를 인터뷰 중인 박창현 전 기자.
▲호원숙 수필가를 인터뷰 중인 박창현 전 기자.

박 전 기자가 생각하는 『대학신문』 다큐멘터리의 차별점은 어느 정도의 진지함이 요구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능력주의 기획> 또한 그런 맥락에서 상당히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시작했다. 대한민국에 불어온 ‘공정 열풍’과 능력주의 신화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기자들은 3부에 걸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능력주의 담론의 확산은 오히려 공정에 관한 논의를 납작하게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시사점을 제공했다. 한편 무거운 주제를 다룸에도, 개성 있는 취재원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의 별미였다. 박 전 기자는 “메가스터디교육 손주은 대표이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성일권 발행인, 김누리 교수(중앙대 유럽문화학부)의 통통 튀는 개성을 글보다 영상으로 전달하다보니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라고 전했으며, 기획에 함께 참여했던 오소영 편집장 또한 “파편화돼있던 비판점들이 취재원의 말로 정리되면서 힘을 얻었다”라며 “청년들이 많이 공감할 만한 주제인데다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다큐멘터리라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촬영 중인 〈능력주의 기획〉 다큐멘터리 팀.사진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SNS 캡쳐
▲촬영 중인 〈능력주의 기획〉 다큐멘터리 팀.사진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SNS 캡쳐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에도 다양한 노력이 들어갔다.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대학생들의 취업과 건강에 미친 영향에 주목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발생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큰 어려움을 안겨줬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카와하라 사쿠라 뉴미디어부장은 “현상은 담아낼 수 있었지만 비슷한 사례가 없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라며 “더욱 철저한 자료 조사와 전문가 섭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어휘 사용과 취재원 섭외에서 상당히 주의를 기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혜원 전 뉴미디어부 기자는 “컨택 단계부터 우리 팀이 어떤 목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하는지 취재원에게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완성된 <코로나는 사라져도 ‘코학번’은 남아있다>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정신·신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 ‘코로나 학번’의 노력을 돌아보며 청년 세대의 건강을 위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자는 결론으로 영상을 마무리 짓는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2년 6월 16일 자) 해당 다큐멘터리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저널리즘연구소가 주최한 ‘2022 세명 대학언론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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