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홍림 총장 취임 100일 인터뷰

‘자유와 신뢰의 플랫폼, 서울대학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 2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유홍림 총장은 어느덧 오는 11일(목)에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서울대는 유 총장이 강조했던 ‘배움과 경험의 공간’을 향해 어떤 첫발을 내디뎠을까. 그리고 서울대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달 26일 『대학신문』은 유홍림 총장을 만나 앞으로 펼쳐질 4년에 대한 그의 비전을 들어 봤다.

 

취임 후 다시 생각하는 총장의 길

Q. 취임 100일이 가까워진 지금, 늦었지만 취임 소감이 어떤가?

A. 중요한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 21세기 대전환의 시기에, 사회 각 분야는 복합적인 위기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혁신을 단행하고 있으며 고등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서울대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고등 교육의 틀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교육 △연구 △사회 공헌이라는 기존 고등 교육의 목적은 유지될지라도 그 세부적인 내용들은 앞으로 크게 변화할 것이다. 혁신을 바탕으로, 서울대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재정과 구성원 복지 문제

Q. 재정 확충 경로로 정부 출연금을 제시했는데,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기조와 상충하지 않나?

A. 성과 평가나 일정 수준의 감사를 합당히 거칠 뿐, 정부 출연금이 곧 정부의 강한 간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등 교육 전반에 대한 국가 단위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대학 교육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사실상 가성비 좋은 수준에 그친다. 2019년 OECD에 조사된 바에 따르면, 소속된 36개국 중 한국은 초등 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이 전체 5위고 중·고등학교에 투입되는 예산은 전체 2위인 데 반해, 대학의 경우는 30위까지 떨어진다. 세계적인 기준에 다다를 수 있는 대학을 육성하려면 그에 합당한 국가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Q. 생활협동조합(생협)이 급식 부문에서 여전히 구인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협 지원 및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입장은?

A. 정부 정책에 따라 2018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 협약과 임금 협약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합리적인 임금 조정 및 수당 지급 등을 통해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만 급식 부문의 구인난은 대학 전반이 겪고 있는 문제라 쉽게 해소되리라고 전망하기 어렵다. 학생 설문 결과에서도 기존 학식보다는 간편식 및 외부 업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이런 새로운 식단에 대한 요구 또한 경청해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려 한다.

 

Q. 외국인 구성원을 고려한 실질적인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A. 외국인 구성원들의 원활한 대학 생활을 위해 여러 부서가 지원하고 있으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구성원과 관련된 업무를 본부 내 여러 부서가 산발적으로 담당하고 있고, 기본적인 학내 정보를 영문화하는 과정에서도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현재 통합 행정 지원 서비스 ‘I-Office’(International Office)를 운영하고 있으나 더욱 발전이 필요하다. 더불어 외국인 구성원들이 졸업 후에도 충분한 취업 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비자 관련 문제에 관해 다른 대학과 함께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

 

구성원의 인권과 환경의 미래

Q. 인권헌장 전문 중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A. 인권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법적 제도화가 중요하다. 인권헌장 논의도 결국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대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담화문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우리 대학 내에서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이 담화문은 인권에 관한 큰 틀에서의 합의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다양성과 인권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학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한편 서울대의 인권헌장 도입이 사회에 끼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인권헌장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신중하게 판단하고자 한다. 향후 공론장을 형성하고 학내 의견을 수렴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할 예정이다.

Q. 취임식 당시 조재현 총학생회장의 축사에서 ‘서울대 RE100’ 표현이 등장할 만큼 환경 의제에 관한 구성원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앞으로 환경 의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A.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중립과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기술 연구 프로젝트에서 서울대가 맡은 역할이 크다. 또한 구성원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이끄는 대학의 교육적 기능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학내에는 이미 온실가스·에너지 종합 관리센터와 ESG 위원회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국가미래전략원에 별도의 탄소 중립 클러스터를 마련했고, 지난달 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함께 탄소 중립 연구개발 협력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탄소 중립 문제는 여러 학문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종합대학으로서 서울대는 기술부터 가치 규범까지 탄소 중립 의제를 다방면으로 공론화하고 관련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전환 시대의 교육과 연구는

Q. 학부기초대학이 기존 서울대의 문리과대학 체제 및 타 대학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와 구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A. 학부기초대학은 교양과 전공이 융합된 교과를 제공하고 핵심 공통 역량 강화와 전문성 증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학 입학 후 새로운 배움과 경험을 얻게 되는 1, 2년 동안 전공과 교양을 구분하지 않는 융·복합 교양 교육을 함으로써 핵심 교양 수강과 전공 탐색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한 전공에 상관없이 핵심 공통 역량으로 컴퓨팅이나 ICT*, 디지털 리터러시 등 미래에 필요한 역량들을 교육할 것이다. 이에 학부기초대학에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수자가 팀 티칭(team-teaching)을 진행하고 세부적인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토론 및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나아가 학부기초대학의 교육을 토대로 학사-대학원 연계를 활성화해 융·복합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Q. 기숙형 대학이 지난달 시범 사업인 LnL로 출범했다. 지금까지의 운영에 있어 어떤 점을 보완하고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현재도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고 지금까지의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다만 아직 리모델링이 완료되지 않아 비교과 활동이 충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LnL은 단지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기에 공유 주방 등 일상생활이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 공간이 잘 구성돼야 한다. LnL에서 학생들은 동아리와 취미 등 비교과 활동을 스스로 설계해 다른 학생들과 함께 활동한다. 이를 통해 소통하고 협업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LnL의 중요한 목표이며, 이는 기존의 단절돼 있는 전공 중심 체제 극복과 창조적 학습 공동체로의 대전환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Q. 대학 입시 제도 중 정시 전형에서의 학교폭력 사항 처리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 있는가?

A. 서울대는 2014학년도부터 정시 전형에서 학교폭력 기록을 반영해 왔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다른 대학들도 정시 전형에서 학교폭력 기록 반영을 점차 확대할 것이다. 한편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반영해야 하는지는 앞으로 교육부 및 다른 대학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분명 훨씬 강화된 형태로 기록을 반영할 것 같다. 아울러 학교폭력은 우리 교육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심도 있는 대책과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공동체 역량을 갖추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법인화 이후 10년, 거버넌스의 방향은

Q. 거버넌스의 핵심 공약이었던 ‘자율화와 신뢰구축 위원회’에서는 주로 어떤 안건이 논의될 예정인가?

A. 평의원회 심의를 통과한 규정안의 명칭은 ‘자율화와 신뢰구축 위원회’가 아닌 ‘신뢰 기반 혁신위원회’(혁신위원회)다. 현재 이사회 보고 및 심의 과정이 남아있으며 이번 달 초 규정을 공포하고 정식 조직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혁신위원회의 핵심적인 기능은 규제 혁신이다. 법인화 이후에도 서울대는 자체적인 예산 인상 등 많은 규정에 관해 여전히 상위 법령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교육과 연구에 관한 부분의 자율성을 훨씬 분권화된 형태로 전환하는 등 본부 및 단과대 관련 내부 규정과 거버넌스 체계에도 개혁이 필요하다.

Q. 산학협력 및 창업 촉진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과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우선 규제 개혁과 함께 지원 체계 자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등 창업을 규제하는 법적인 근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산학협력 및 창업을 개별 연구자들이 산발적으로 수행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과 교수의 휴학과 휴직을 돕는 등 학교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지원도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학기부터 학생 창업자를 위해 창업학점제*등의 학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원의 창업을 장려하고자, 연구처와 창업지원단의 승인을 각각 요구했던 기존 승인 절차를 창업지원단 산하의 창업지원회가 전담하도록 일원화할 예정이다. 

 

유홍림 총장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라며 “총장의 역할은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는 서울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전은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라며 “현실적인 실천과 연관된 진정한 비전은 구성원들의 열망, 기대 그리고 역량을 모으게 만드는 힘이 있다”라고 전했다.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유홍림 총장이 제시했던 비전을 되돌아보며, 남은 45개월 동안 이를 실현해 나갈 그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ICT: 정보 기술과 통신 기술을 총칭하는 기술.

*창업학점제: 창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기존에 2개 학기까지 가능하던 창업 휴학 기간이 4개 학기까지 확대됐다.

 

 

사진: 정승혜 기자 

luckyjsh1@snu.ac.kr

삽화: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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