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학장 인터뷰 | 수의대 성제경 학장

지난달 6일 수의대(85동) 530호 학장실에서 지난 3월 1일 자로 취임한 성제경 학장(수의학과)을 만났다. 그는 “학장은 이어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며 “2년 동안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필요하다면 이전 학장의 계획을 잇기도 하고 2년 안에 해낼 수 없는 일이더라도 먼저 그 토대를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Q. 취임 소감이 궁금하다.

A. 학장으로서 내 목표는 ‘교수 성제경’의 개인적인 계획이 아닌 수의대 전체가 원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이에 수의대 구성원이 공유하는 일반적인 생각과 수요를 이해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하고자 한다. 이때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다. 학장 선거 기간 중 단과대를 위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보통 후보자는 구체적인 제도 개혁이나 시행하고 싶은 사업을 언급한다. 그러나 나는 아주 소소한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답했고, 매주 목요일마다 수의대 교원들과 점심 식사를 가져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취임 후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 중이다.

Q. 수의대가 당면한 과제와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A. 서울대 동물병원의 기능 확장이다. 21세기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점점 늘고 있는 수의대와 동물병원을 향한 사회적인 요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아프기 전에 정기적인 건강 검진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의 선진적인 제도들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맞춰 동물병원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동물병원은 진료를 넘어 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맡아야 한다.


Q. 수의대가 아시아 최초로 미국수의사회로부터 7년 기한의 완전 인증 지위를 획득했다. 앞으로도 수의대 교육이 국제적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 보완돼야 할 점은?

A. 최초로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수의대의 졸업이 미국의 수의대 졸업과 동등한 자격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목표의 완전한 성취가 아니라 그 첫걸음이다. 아시아 대학의 입장에서는 놀라운 성과지만 서울대가 글로벌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빠르게 그 기쁨을 잊고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특히 서울대 수의대가 충분한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아직 미국 수의대만큼 우수한 교육 시스템이나 재정 조달 체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우선 연구·교육 차원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의 경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Q.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나 애정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수의대는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하는가?

A. 단순히 우수한 치료 능력을 보이는 것을 넘어 수의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정서적 역량을 갖춘 수의 인력이 필요하다. 사회가 동물에 대한 애정과 윤리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과 동물 진료에 관한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기에 사회 경향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진료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는 인력도 필요하다. 수의대는 변화된 기술이나 인재상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사회적인 요구와 변화에 스스로 대응하고 새로운 목표를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다.

성제경 학장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역량으로 ‘Social’과 ‘Next’를 강조했다. 그는 ‘Social’이 상대의 상이한 관심사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Next’는 단순히 질문하는 것을 넘어 그 질문과 답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성 학장은 학생들에게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역량을 배우며 여러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갖춰가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