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원 취재부장
김여원 취재부장

지난달 30일, 총학생회 「정오」의 인스타그램에 ‘관악02 인헌아파트 무정차 관련 설문조사’ 게시물과 함께 설문조사 링크가 업로드됐다. 등하교 시간에 인헌아파트를 정류하는 것이 불편하니 해당 시간대 인헌아파트 정류장 무정차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설문조사였다.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이와 관련된 많은 의견이 오갔다. 특히 무정차를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관악02 버스를 서울대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니 우리가 편하게끔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 ‘인헌아파트 정류장 때문에 등하교 시간이 길어지는 게 불편하다’ ‘인헌아파트 주민들이 대로변으로 걸어나오면 되지 않냐’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과연 관악02 버스가 인헌아파트를 무정차하는 것이 등하교 환경 개선에 있어 마땅한 해결책일까? 기숙사에 거주하며 관악02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학생으로서 학생들이 느낄 불편에 대해서는 나 또한 공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헌아파트 정류장 무정차 요구가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먼저, 관악02 버스는 온전히 서울대생만을 위해 운영되는 서울대의 셔틀버스가 아니다. 버스의 외관과 번호에서부터 알 수 있듯 엄연한 마을버스이고, 마을버스의 목적은 지역에서 가까운 정류소, 지하철역을 연계하는 것이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울시는 사업자가 기피하는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을버스의 운영비, 내부 시설, 종사자 처우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마을버스의 노선을 서울대생의 편의만을 위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대로변에서 인헌아파트까지는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런데 관악02 버스를 탔을 때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인헌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하는 승객들은 주로 어르신들이나 어린 아이들이었다. 20대 초반의 건강한 나도 힘겹다고 느끼는 그 오르막길을 노약자들이 편하게, 문제 없이 걸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관악02 버스는 서울대 내에서 많은 곳에 정차하는데, 정류장 간의 간격이 매우 짧은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숙사 부근 정류장들의 경우, 각 정류장 간의 간격은 걸어서 2분 남짓이다. 이런 정류장 배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왜 인헌아파트 정류장만 문제 삼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인헌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걸어 나와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본인은 그러지 못하겠다는 것일까. 지나치게 촘촘한 서울대 내 정류장이 오히려 등하교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칠 듯한데 말이다.

인헌아파트 정류장 노선과 관련해 급격한 유턴으로 인한 안전 문제도 함께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일차원적이고 정당성 없는 인헌아파트 무정차 요구보다는 도로 환경 개선을 논의해볼 수는 없었나? 무엇보다 설문조사 진행 전, 인헌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인헌아파트 정류장 무정차는 서울대 등하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도 아니고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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