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봄 연휴의 첫 시작을 알리는 날답지 않게 폭우가 내려 계획이 엉망이 된 사람도 있었겠지만 다른 한 편에선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가 현재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풀린 지 오래라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이번 조치로 크게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 그런데도 이 소식이 반가운 것은 이번 발표가 지난 3여 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에 어느 정도 마침표를 찍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코로나19 시대의 상처를 딛고 회복됐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신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의한 직접적인 위협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에 남긴 흔적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든다고 해서 바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많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인간관계의 단절일 것이다. 어쩌면 질병 그 자체로 위협받는 사람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단절’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단절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방역 조치가 거의 다 풀렸음에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이 현격히 줄었다. 업무 면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사 글을 퇴고할 때 원격으로 보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역으로 학생 기자들과 직접 대면해 글을 봐주는 것이 예외적인 상황이 돼버렸다. 개인적인 만남도 비슷하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빠르게 기존 모임이 복구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모임은 식사 모임이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으니, 다음에 보자고 대강 넘겼던 모임들이 거의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모임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가족 사이라도 별반 다른 건 없다. 명절이나 다른 일 때문에 고향에 내려갈 때 코로나19 이전에는 친척 집에 인사 가곤 했지만, 요즘엔 그냥 전화로 안부를 묻는 정도로 그친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고 있지만 당연히 업무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고 나 자신도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사적인 만남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느낀다. 사실 사람들과 단절돼 처음에는 외로움을 느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편해지는 측면도 있었다. 만남이 없으니 개인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가르쳐 준 것은 세상엔 의외로 혼자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이대로 괜찮을까 생각하면서도 관계 회복 노력은 귀찮고 고독이 주는 안락함을 즐기는 것이 썩 나쁘진 않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이야기라면 별문제는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이것이 뭐가 문제냐고, 모든 것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필요는 없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단절이 후에 어떤 식으로 부작용으로 돌아올지 두려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말이다. WHO 발표 기사 옆을 보니 외로움에 빠지는 것이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안 좋다는 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가 보인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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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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