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사회문화부 차장
박수영 사회문화부 차장

양안관계라는 중대한 주제를 가지고 타이베이와 진먼 곳곳을 다니면서, 교수님들에게, 학생들에게, 일반 시민들에게 양안관계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내게 어느 외국인이 와서 남북한 관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한다면 말문이 막힐 것 같지만, 그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도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이야기해줬다. 

우리는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 진먼이 양안 간의 갈등으로 인해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남북한 관계의 단절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중국과 대만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단절돼 있을 것이라고만 단정했다. 진먼 역시 중국이 군사적 압박을 할 때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공간일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은 크나큰 편견이었다. 두 국가가 아무리 국제적으로 날을 세우고 대립해도, 그들은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불가분의 존재라는 점에서 남북한과 큰 차이가 있었다. 진먼의 민중은 서로 의지하며 서로에 의해 살아가고 있기도 했다.

또한 대만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받은 환대는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게 해줬다. 이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취재수첩을 구실로 몇 마디만 남긴다. 타이베이와 진먼에서 만난 네 분의 교수님은 양안관계와 진먼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차근차근 들려줬다. 그들의 환한 미소와 온기가 묻어 있던 나지막한 목소리는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섭외한 ‘진먼 히스토리’ 학생들은 정말 큰 힘이 됐다. 우리를 처음 만나자마자 환히 맞아주며 저녁을 대접하고는, 추운 옷차림의 내게 선뜻 옷을 빌려주던 그들. 촬영 중 우리의 요구에도 밝은 목소리로 기꺼이 따라주던 그들. 진먼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 약간의 취기와 함께 공터에서 대만 노래와 한국 노래를 연달아 부르며 별을 보던 우리들. 그들은 마지막 날, 우리에게 선물과 편지를 주고는 배웅해주며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에게 받은 환대와 친절을 마음 속에 깊게 새기고 싶다. 또한 해외 취재라는 막막해 보이던 벽을 깨고 소중한 순간들을 마주하기까지는 함께한 동료인 선제, 연솔 언니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정으로부터, 그들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얻는 힘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 이 힘은 삶의 큰 자양분이 된다. 중국인과 대만인들도 밀접하게 교류하는 이들은 서로에 의해 살아간다. 국가 간 긴장뿐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에 의해 살아가는 민중의 삶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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