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보다 안전한 캠퍼스를 위해 ③

인문대생인 기자는 『대학신문』이 위치한 자연과학관1(18동)로 출근하려면 약대 뒷길을 통과해야 한다. 약대 뒷길은 이면도로로, 보도와 차도가 시선유도봉과 페인트로 구분돼 있다. 며칠 전 보도로 걸어가던 기자는 돌진해 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했다. 해당 도로의 보차분리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그는 자신이 보행자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듯했다. 서울대에서 걷는다는 것, 얼마나 안전할까.

 

순환도로에서 걷는다는 것

◇순환도로인가 주차 도로인가=국내에서 가장 큰 단일 캠퍼스로 잘 알려진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타 대학보다 복잡한 내부 도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체계의 중심에 있는 순환도로는 캠퍼스 내부와 외부를 잇고 캠퍼스 외곽을 순환하는 캠퍼스의 중심 도로다. 차량이 캠퍼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순환도로로 진입해 21개의 나들문 중 하나를 통과해야 한다.

▲출처: 마스터플랜 22-26.
▲출처: 마스터플랜 22-26.

한편 학내에서는 현재의 순환도로가 보행자의 안전을 잘 보장하고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 이어져 왔다. 지난해 발간된 ‘서울대 캠퍼스 마스터플랜 2022~2026’(마스터플랜 22-26)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순환도로에서 21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18건은 정문 주변, 73건은 순환도로 서측에서 발생했다. 마스터플랜 22-26은 해당 구역 사고의 주 발생 원인을 많은 보행자 수와 노상 주차로 인한 보행자 시야 제한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상 주차 문제와 잔디광장 지하 주차장=순환도로변 노상 주차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차 면수 부족에 있다. 마스터플랜 22-26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관악캠퍼스의 총 주차 면수는 4,502면이었으나 같은 시점 정기주차권을 발급받은 차량은 8,320대로, 캠퍼스 내 구성원의 주차 공간 확보율은 54.1%에 그쳤다. 한편 캠퍼스 내 주차장은 순환도로 안쪽의 나들문 내부 주차 공간과 순환도로변의 나들문 외부 주차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앞선 4,502면의 총 주차 면수 중 나들문 내부에 확보된 주차 면수는 2,752면, 나들문 외부의 주차 면수는 1,750면이었다.

▲출처: 마스터플랜 22-26.
▲출처: 마스터플랜 22-26.

한편 나들문 내부 주차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1, 2, 3, 5군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나들문 내부 주차장 진입이 통제되는 박사과정생, 연구생 등은 순환도로변의 나들문 외부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마스터플랜 22-26에 따르면 이들 차량의 등록 대수는 3,152면으로, 나들문 외부의 주차 공간 확보율은 55.5%에 그쳤다. 이와 같은 나들문 외부 주차 공간의 주차 부족 문제는 결국 순환도로의 노상 주차 문제로 직결된다.

한편 지난해 12월 잔디광장 지하주차장이 완공되면서 나들문 외부에 새 주차장이 생겼다. 해당 주차장은 관악캠퍼스 주차난 해소와 보행자 중심 캠퍼스 조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학신문』 2022년 12월 5일 자) 캠퍼스관리과(캠관과) 김성욱 주무관은 “전체 주차면은 419면 늘었지만, 공사로 기존에 있던 91면이 사라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328면이 늘었다”라면서도 “잔디광장 지하 주차장 내부에서 이중 주차 등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순증된 주차 면수는 340면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잔디광장 주차장 준공 이후에도 학내 노상 주차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 주무관은 “잔디광장 지하주차장이 나들문 외부 주차 공간이다 보니 개장 이후 순환도로변의 기존 주차 권역의 주차 여건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잔디광장에서 먼 구역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나 건물 근처에 주차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학내 전반의 노상 주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이에 순환도로의 주차와 보행 안전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보도인가 차도인가 킥보드도인가

◇보행자 안전에 취약한 학내 도로들=관악캠퍼스 내부에는 이면도로가 상당히 많다. 이면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좁은 도로로, 캠퍼스 곳곳에서 발견되는 △시선유도봉을 설치해 보차를 구분한 도로 △페인트로 보행 공간을 구분한 도로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은 보차혼용 도로가 모두 이면도로에 해당한다. 이중 보차혼용 도로는 특히 보행자 안전에 취약한데, 실제로 지난 1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2년도 국가 보행교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서 12월까지 보차분리 도로에서는 1km당 5.6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반면 보차혼용 도로에서는 1km당 8.7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마스터플랜 22-26에서도 이와 같은 이면도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보차분리를 제안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설지원과 김기업 과장은 “마스터플랜에 제안된 사업을 캠퍼스 전체 구역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우선적인 보차분리가 필요한 도로를 대상으로 보행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나가고 있으며, 상시로 이뤄지는 도로 환경 정비도 마스터플랜에 제안된 사항을 참고해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차량 진입이 금지된 캠퍼스 내 보행로에서도 보행자는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캠퍼스 내 보행로에서는 전동 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의 통행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김성욱 주무관은 “오토바이나 전동 킥보드 등의 기타 교통수단은 세칙상 보행로를 통행할 수 없다”라면서도 “마이스누 공지에 이를 안내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인력을 통한 단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내 개인형 이동장치, 이대로 괜찮은가=지난해 하반기 학내 전동킥보드 이용량이 크게 늘어나며 보행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대학신문』 2022년 10월 10일 자) 이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금,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0)은 캠관과와 협력해 개인형 이동장치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총학생회장은 “개인형 이동장치가 구성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관리 감독이 어렵기에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안전 문제 해결 계획에 대해 조 총학생회장은 “△킥보드가 아닌 자전거 형태의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모 구비 △정해진 구역에의 주차를 조건으로 하는 업체와의 제휴를 논의 중에 있다”라며 “유사한 방식을 대안으로 채택한 연세대 본부와의 면담도 이미 진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5월 중으로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캠페인 등을 진행해 학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들의 안전 수칙 준수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휴 사업 일정에 대해 그는 “하반기에 열릴 교통관리위원회에서 본부 심의 이후에 가시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도로'아닌 '캠퍼스 도로'

◇캠퍼스 ‘도로’는 ‘도로 외의 곳’=대학 캠퍼스의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캠퍼스 내 도로는 ‘도로 외의 모든 곳 가운데 자동차 등을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즉 도로 외의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편 캠퍼스 내의 도로가 도로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우선 도로교통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차마(車馬)의 운전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로 통행해야 하지만, 도로 외의 곳에서는 보도를 횡단해 통행할 수 있다. 즉, 캠퍼스 내 도로에서는 차량의 보도 통행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강화된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도로교통법 역시 도로 외의 곳에서는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실제로 도로에서의 전동킥보드 운행에는 주행 전-주행 중-주행 후로 세분화된 다양한 운전자 준수사항 규정이 적용되지만, 도로 외의 곳에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소지 의무 △보행자 보호를 위한 안전거리 확보 및 서행 및 일시정지 의무 △음주운전 금지 의무 △사고 발생 시의 조치 의무 등 일부 규정만이 적용된다.

◇도로 법제화, 어떤 논의 이뤄졌나=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제62대 총학생회 「자정」은 학내 무단 주차나 과속 차량을 단속하고 안전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내 도로를 법제화할 수 있는지 논의한 바 있다. 지난해 「자정」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악구청장선거 서면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준희 후보(현 관악구청장)에게 도로 법제화 가능성을 물었다. 당시 박 후보는 이는 서울대 본부와 관악경찰서의 소관 사항이며, 나아가 도로교통법 개정이나 새로운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행정청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처럼 캠퍼스 내 도로의 법제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해당 논의는 「자정」의 뒤를 이은 총학생회 「정오」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은 “도로 법제화는 온전히 장점만 가지는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조 총학생회장은 “도로 법제화는 △학교 행정상 문제 △신호등 설치 등으로 인한 교통 혼잡 가능성 △주차 문제 등의 여러 사안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 또한 불투명한 방안”이라며 “이와 같은 이유로 도로 법제화는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에서 캠퍼스 도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인식 제고”라고 전했다.

 

캠퍼스 보행 안전 문제는 구성원의 안전 의식, 본부의 예산과 인력, 나아가 법규의 적용 등 여러 사안과 맞닿아 있기에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를 이유로 학내 구성원의 안전하게 걸을 권리 보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차량 중심 캠퍼스에서 벗어나 걷기 좋은 캠퍼스가 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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