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은 기자(사진부)
유예은 기자(사진부)

 

나는 매일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수도권러’다. 사는 곳과 인접한 각종 병원과 학교, 여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내게 당연하고 편한 일이었다. 저 멀리 시골에서는 버스가 하루에 한두 대 오고, 그 흔한 카페도 찾기 힘들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 뿐 무엇이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불편한 점일지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방 소멸이 진행되고 있는 농촌 시골 마을 청소면과 도시에 속하지만 소외되는 범일동, 봉산마을을 취재하며 그 실상을 확인하게 됐다.

어느 지역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공간 속 사람들이 잊힌다는 사실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사라지고 있는 공간임에도 그곳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아 이동할 생각이 없거나, 달리 갈 곳이 없거나, 혹은 한적한 공간이 가지는 매력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연이 무엇이든 우리는 각자의 생기를 품고 공간을 지탱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줄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떠나간 곳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시선을 돌리고 외면할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

지방 소멸이 수반하는 여러 사회·복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 소멸이 본질적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맞닿아 있는 만큼 청년층과 노인층이라는 연령적 차원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봉산마을 공원에서 대화를 나눈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한 동네 주민들이 정비되지 않아 험한 골목이나 계단 길을 걷다가 다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하지만 마을의 정비에 소극적인 지자체를 대상으로 나이가 많은 당신이 논리적으로 주장을 피력하는 데 신체적인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나는 왜인지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그 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청년인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노인들만의 어려움을 실감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려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을 붙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교육·의료 인프라 등 여러 차원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극명하게 고착돼 있다. 이렇듯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라도, 지방 소멸의 심화에 청년층이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당장의 지방 소멸은 막지 못할지라도, 청년으로서 우리가 사라지는 공간에 남은 노인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모두가 잊히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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