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온실가스 배출계수와 한국의 탄소 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목표치를 설정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떻게 판단하는 것일까? 기준점이 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계수’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효율적인 탄소중립 정책 수립에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신문』은 탄소 정책의 근간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계수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이를 활용하는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

 

온실가스 배출계수, 그것이 알고싶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란 단위 활동자료*당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계수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 단위 연료 리터당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느냐를 의미한다. 

경대승 교수(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는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생산 과정 분석 △에너지 사용 분석 △데이터 수집 △계산과 모델링 등의 과정을 거쳐 온실가스 배출량과 활동자료를 산출한 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활동자료로 나눠 구한다”라고 설명했다. 경 교수는 “석탄 연소를 통한 전력 생산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먼저 석탄의 화학적 구성과 연소 반응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하고, 연소에 필요한 열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고려해 활동자료를 산출한 후 계산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구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김귀곤 명예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석탄 연소를 통한 전력 생산 이외에도 가스, 수도 등 모든 분야를 에너지로 계산해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전부 (온실가스 배출량/활동자료)의 계산식을 기반으로 산출하지만, 활동자료의 구체적인 산출방식은 생산품이나 서비스 분야별로 상이하다. 시멘트의 경우 활동자료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의 중간 생산물인 ‘클링커’와 제조 중에 발생하는 먼지인 ‘킬른먼지’의 생산량이 된다. 한편 철강의 경우 활동자료는 원료 사용량과 코크스*의 배출량 등이 된다. 농업의 경우는 또 다르다. 김필주 교수(경상국립대 환경생명화학과)는 “논에서 메탄 배출량을 산정할 때는 벼의 재배 일수가 활동자료가 된다”라며 “하지만 밭에서 이산화질소 배출량을 산정할 때 활동자료는 질소 비료 투입량이 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배출계수의 필요성은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량화해 정확한 배출량을 산정하고 부문 간 비교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대승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통해 에너지 생산과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산출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승도 명예교수(한림대 환경생명공학과)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만을 가지고는 배출의 강도를 알 수 없다”라며 “배출계수를 통해 서로 다른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비교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경 교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계수 산출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철강, 석유화학 사업과 자동차, 시멘트 등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통해 각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효과적인 저탄소 정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김승도 명예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무작정 줄이는 것보다 기술의 효율화를 이뤄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탄소를 감축하는 데 유용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해당 부문의 배출계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에 정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더욱 정밀한 계수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대승 교수 또한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산출하면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 원인을 파악해 탄소 저감 정책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의 온실가스 관리가 더욱 발전하려면

그렇다면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고유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산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계수 산출을 위한 데이터는 산업별·상황별로 상이한 만큼 더욱 정밀하고 정확한 계수의 산출을 위한 노력이 증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승도 명예교수는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조사를 위한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라며 “정확한 자룟값을 위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유럽의 선진국들은 산업 분야별로 더 나은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산출하기 위해 세부적인 방법과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계수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대승 교수 또한 “산업 분야별로 탄소배출의 특성이 다르고 요인도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보다 세밀한 계산을 위한 지원과 노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소비 기반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일상적인 탄소 정책을 시행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귀곤 명예교수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위한 현황 조사는 모두 큰 산업공장 위주의 생산 기반형 온실가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이어 “저탄소 정책과의 효과적인 연동을 위해서는 방 안의 온도, 샤워의 빈도·시간과 같이 에너지를 동반하는 일상에서의 소비 패턴과 행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필주 교수는 “△출장을 갈 때 일정 거리까지 비행기 이용을 금하거나 △학교 식당에서 고기 먹지 않는 날을 정하고 △캠퍼스 간 이동에서 도보나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샤워장을 구비하는 등과 같은 사례가 유럽에는 존재한다”라고 예시를 들며, “이처럼 배출계수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생활 밀착형 저탄소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탄소중립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요즘,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파악이 화두로 떠올랐다.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정확한 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생산품의 온실가스 배출 비교 척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한국은 탄소중립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서는 배출계수 개발과 활용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활동자료: 생산·제공된 제품 및 서비스의 양, 폐기물 처리량 등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정량적인 측정 결과.

*코크스: 고온에서 석탄의 휘발 성분을 제거한 다공질(多孔質)의 고체 연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