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유가족과의 서울대 간담회 열려

▲왼쪽부터 용혜인 의원, 이종철 씨, 조미연 씨 및 서울대 기획단원들.
▲왼쪽부터 용혜인 의원, 이종철 씨, 조미연 씨 및 서울대 기획단원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청춘들이 희생된 후 200여 일이 지났다. 여전히 누군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2차 가해를 일삼는 등 참사의 기억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지난 15일(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서울대 간담회’를 찾았다.

◇청년층과 연대하는 간담회=이번 간담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이 주관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대학 연속 간담회’의 일환이다. 간담회는 수도권 소재 14개 대학을 대상으로 오는 26일까지 열리며, 그 첫 번째 대화가 서울대에서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의 패널로는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54)와 아버지인 이종철 씨(55), 용혜인 의원이 참여해 이태원 참사 이후의 과제를 논의했다. 서울대 간담회의 기획단장을 맡은 조성윤 씨(사회복지학과·21)는 10·29 참사의 많은 희생자가 청년층이라며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인 대학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더했으면 한다”라고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35명의 학생이 참여해 유가족의 발언 하나하나를 경청했다.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해=간담회에 참석한 패널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것을 입을 모아 규탄했다. 국가의 재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는 현장 책임자만 기소해 꼬리 자르기에 불과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조미은 씨는 “특수본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할 것이라 발표했지만, 핵심 위정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용혜인 의원은 참사의 책임을 가린 국정 조사 역시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응급의료 전문가가 아닌 국회의원이 조사의 주체였고 조사 기간도 너무 짧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가족들은 참사 책임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지난달 발의된 ‘10·29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청년들도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특별법은 경찰 조사와 국정 조사의 미흡함을 극복할 독립적 조사 기구의 설치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용 의원은 숙려 기간이 끝났음에도 법안이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해 논의가 어려운 상황을 지적했다. 이종철 씨는 특별법이 참사를 정쟁화하는 법으로 왜곡되는 것을 규탄하며, 아이들을 이용해 돈벌이한다는 지탄을 받고 싶지 않아 유가족 배·보상 사항을 특별법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특별법을 통해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다음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유가족 두 번 죽이는 2차 가해… 분향소도 철거 위기=간담회의 패널들은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놀러 간 게 잘못이다’라는 식의 희생자 공격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빈번히 목격된다. 조미은 씨는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는 현장에서는 살아나왔지만 트라우마와 2차 가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이라며 그 심각성을 짚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신자유연대가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유가족을 조롱한 일도 있었다. 이에 같은 달 29일 유가족협의회는 신자유연대를 상대로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용혜인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신자유연대의 진영 논리”라며 “여당 정치인들이 보수단체에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말했다면 해결됐을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도 불법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에 의해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이종철 씨와 조미은 씨는 이에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 밝혔다. 서울시 측은 분향소를 서울광장 인근 건물 3층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으나 유가족들은 추모 공간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기려는 의도라며 거부했다. 이종철 씨는 “서울광장 분향소는 우리의 구심점”이라는 말을 남기며 이곳이 유가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장소인지 토로했다.

◇“청년분들, 함께 상상해 주세요”=유가족들은 간담회에 참여한 대학생에게 기억과 연대를 당부했다. 조미은 씨는 “여러분의 부모님, 형제자매가 거리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면 자신은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 보라”라며, 상상의 힘을 바탕으로 참사를 계속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그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광장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의 얼굴을 직접 보며 참사를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철 씨는 참사의 진상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희생자들의 부모 세대가 살아있는 동안은 힘들더라도 청년들이 진실을 밝히는 과업을 이어가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성윤 기획단장은 서울대 학생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를 연대의 목소리로 덮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참사 이후 반년도 넘은 지금,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보면 어떨까.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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