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수) 수원에서 신호를 위반한 시내버스에 8살 아이가 숨졌다. 지난달에는 대전에서 9살 아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일이다. 2019년 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민식이법)이 통과된 것이 무색하게, 법안 통과 이후 어린이 교통사고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에 현행법만으로는 어린이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과, 기존 스쿨존 안전 대책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스쿨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스쿨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 시설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신호등과 CCTV 설치는 의무지만, 방호 울타리 등의 안전 시설은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돼 사실상 권장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설치 기준의 강화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개선책이다. 보차분리를 가능케 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상해 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 시설의 존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후 처벌 강도를 높임으로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지난달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스쿨존 교통사고의 가해자에 대한 더욱 강화된 양형 기준을 신설해 오는 7월부터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1년간 확정판결이 난 스쿨존 교통사고 93건 중 1건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양형 기준의 강화는 그동안 법원이 보여온 솜방망이 처벌의 경향을 일정 부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적 개선이 스쿨존 사고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조치라 보기는 어렵다. 결국은 사회적으로 운전 문화의 개선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 중 운전자 과실로 인한 경우는 82%였으며, 특히 운전자의 신호위반으로 인한 건은 53.7%, 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한 건은 39.7%였다. 지난 10일 수원에서 발생한 스쿨존 사고 또한 우회전 신호위반에서 기인했다. 이렇듯 불법운전 등으로 인한 운전자의 과실은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보행 안전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안전운전에 대한 낮은 국민의식은 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도 기능한다. 예컨대 스쿨존 횡단보도 일시 정지 의무는 지난해 7월부터 전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되는 측면이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경찰 측이 표명한 바 있다. 기존의 교통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을 바탕으로 ‘조금 더 빨리’보다는 ‘안전하게’를 지향하는 운전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법 손질에 앞서 안전운전 의식의 성숙 없이는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로 다치고 숨지는 일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어렵다. 안전구역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는 스쿨존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이제는 ‘어른’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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