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김남국 의원이 가상화폐(코인)를 60억 이상 보유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일은 한 거래소가 통상적이지 않은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하고, 다시 검찰로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언론에 밝혀졌다. 이 일을 평가하는 잣대는 각자 다르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 하는 코인 투자가 무엇이 문제냐는 옹호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가 보유한 코인이 내부자 정보에 의해 불법적으로 축적된 것인지, 혹은 의도적으로 세탁된 정치자금인지, 코인 구매를 위한 자금의 출처가 어떻게 되는지 등 여러모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제기된 수많은 의혹은 결국 밝혀져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가난해서 라면만 먹는다던 젊은 국회의원이 사실은 코인 부자였고 이에 관한 좋지 못한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넘어 사회까지 흔드는 큰 뉴스가 되고 있지만, 나는 사실 그가 코인을 통해 불법적 이득을 봤는지보다 (코인 가격 변동이 심하기에 실제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는 모르지만) 한때 코인으로 60억 원 이상을 보유했었다는 것에 더 씁쓸함이 느껴진다. 30대로서 주변을 돌아보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커다란 도박판이 벌어졌다. 비슷했던 처지의 친구들은 코인뿐 아니라 다양한 투기성 자산을 통해 자산 격차를 만들었다. 한 친구는 일찍 눈을 돌려 부동산에 투자하여 수억 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다. 다른 친구는 수천만 원의 주식 손실을 냈지만 취업을 일 년 늦춘 셈 치면 된다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들어본 적도 없는 코인을 샀다가 폭락을 맛보며 쓰라린 가슴을 움켜쥔 친구도 있다. 모두가 대학 친구, 같은 전공으로 누가 더 나을 것 없이 비슷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자산가치는 벌써 10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 우리를 가른 것은 결국 노동 소득이 아니라 투기성 자산이었다. 

마로니에에 더 적합한 글은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실과 젊은 국회의원까지 투기판에 뛰어드는 사회에 일침을 날리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솔직한 마음으로 고백하자면 사회적 정의에 관한 것보다 대학원생으로 이러한 투기판에 참여할 자격조차 얻지 못한 채 자산경쟁에서 도태된 것에 대해 쓰라림이 더 크다. 공부하며 연구하는 사이 내가 참가할 수 없는 투기판이 벌어졌고, 그 결과 나는 30대 중반에 자산 분포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연구가 아무리 좋아도 돈은 항상 필요하다. 돈에 관련된 패배감에 내 공부와 연구가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열심히’가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엄습해온다. 이런 ‘노력’이 보내는 조소에 씁쓸하다.

코인 사건 이후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30대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 3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30대에게 코인이 갖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30대에게 코인은 부와 성공에 대한 갈망이자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상징한다. 불법성 여부를 떠나 수입이 많지 않았던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60억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투자는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이 아니기에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심재찬 간사

koko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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