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교수(푸드테크 계약학과)

‘긍정적 미래를 위한 창발가’(The emerginists for a positive future). 지난해 6월 출범한 한국푸드테크협의회의 슬로건이다. 다소 생소한 용어로 들리겠지만 ‘창발가’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해 마침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혁신가라고 할 수 있다. 창발가들은 대부분이 청년이면서 미래 가치(future),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 세계화(globalization)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창발가들의 주도로 ‘창발 생태계’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푸드테크’(FoodTech) 영역이다. 푸드테크란 먹는 것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창발 기술이다. 식품 소비, 유통, 생산, 농수산업, 헬스케어, 관광 등 기존 식품 연관 산업에 인공지능(AI), 가상현실, 블록체인, 로보틱스, 나노, 바이오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런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푸드테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우아한형제들, 컬리, 프레시지 등 푸드테크 기업은 이미 기존의 전통 식품 제조 기업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래를 내다본 창발 경영을 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올해는 우리나라 푸드테크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의 원년이 될 것이다. 지난 2012년 서울대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 창발센터’를 설립한 이후 서울대 구성원과 함께 ‘자기 연구의 기술사업화’ 플랫폼을 통한 창발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대학 연구실을 대상으로 한 푸드테크 청년 창업 교육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금은 그 교육 대상이 서울대에 이어 한양대 등 4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또한 지난 2021년에는 푸드테크 계약학과와 푸드테크 최고책임자과정을 서울대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푸드테크 계약학과 역시 이제는 포항공대를 포함한 4개 대학에 추가됐다. 나아가 푸드테크 융합전공 신설을 준비하는 등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푸드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서울대를 넘어 타 지역과 함께 ‘학·산·관’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컬쳐테크(CT)와의 융합을 통한 지역별 콘텐츠 중심의 기술사업화 플랫폼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 민간 주도의 한국푸드테크협의회를 설립한 것이나 현재 정부와 협력해 푸드테크 산업 지원 법률안을 제정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푸드테크 산업이 대한민국 No.1 산업이 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푸드테크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은 바로 ‘사람’이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푸드테크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인재들이 모여들 때 푸드테크 산업은 혁신성장할 것이다. 서울대는 푸드테크 산업뿐 아니라 각 분야의 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나갈 창발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런 창발가들은 자기 연구의 기술사업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서울대의 미래가 바로 이들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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