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 객원교수(응용공학과)
김국헌 객원교수(응용공학과)

탈원전과 복원전, RE100과 탄소중립이라는 정책의 수립 과정이 정치적 이슈로 변질했는데, 근본적 원인은 과학적 분석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력수요만의 변화로 예측하고 문제를 대하니 신재생과 원자력은 제로섬 경쟁 관계가 됐다. 또한 최선단 전문가들의 에너지 성향과 정치적 성향의 상관관계는 0.9를 넘기에 지속적인 갈등의 요인으로 기능한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즉 에너지믹스의 문제가 과학 기반으로 정량적 예측이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좋지 않을 수 있다. 5년 주기 정권교체로 탈원전-복원전-탈원전-복원전이 반복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과학을 기반으로 한 정량적 분석과 이의 활용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에너지 문제의 정량적 예측 및 평가를 위해서는 첫째, 전력 에너지에 관한 각종 지수의 과학적 예측이 필요하다. 예측의 대상은 비전력 에너지(현재 전력 에너지의 4배 수준)의 전기화 용량 및 연도별 전력수요, 각 발전원 및 저장설비, 운송설비의 연도별 원가 등이다. 둘째, 각 발전원 및 전력저장설비의 부하추종 능력 평가가 필요하다. 셋째로 각 발전원의 환경성, 안정성, 안보 및 지속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온실가스와 폐기물 등의 환경성, 전력계통의 안정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정량적 평가가 필수적이다.

에너지믹스 조합 평가 및 가이드라인 작성에 있어서, 연도별 전력수요를 분석 평가할 때는 발전원의 조합과 이 조합 비율에 따라 결정되는 송배전설비 및 전력저장설비의 원가를 합하며 온실가스 배출과 전력 안정성을 반영한다. 에너지 안보와 지속성은 설문조사 등을 동반하는 복합적 예측을 시도함으로써 에너지믹스에 관한 5대 지표(경제성, 환경성, 안정성, 안보 및 지속성) 예측이 가능해진다. 5대 지표의 도형화 방법을 사용해 에너지 성향 또는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는 에너지믹스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어느 특정 지표에 매몰되지 않는, 즉 경제·사회·정치적 변화에 덜 민감한 에너지믹스 변동의 바람직한 범위를 예측한다.

결과의 활용 방법은 분야별 최선단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 정권교체 시에도 에너지믹스 정책의 변화가 일정 범위 내에서 진행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또는 적어도 에너지믹스의 변경이 5대 지표에서 어떤 정량적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권 행사에 상식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일을 누가 해야 할 것인가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가장 많은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원들이 앞장서고 산업체와 학계가 협력하면 최선의 결과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출연연구원은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정부와 정당들로부터 합리적인 예측이라는 평가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정부출연기관에 독자성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실행할수록 더욱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폭넓은 동의를 받는 예측에는 다양한 예측 방법론들을 소개하고, 안내해 줄 전문가와 이를 실행할 중립적이며 똑똑한 학부생 또는 석사과정 학생 수준의 인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문분야는 계산통계학, 경제학, 전력공학 학도들과 재료 및 원자력 등의 전문 기술 분야 일부의 참여로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시변통계적 변수’(stochastic variable)들의 조합에 대해서 허용 가능한 범위를 구하는, 일종의 ‘준최적’(sub-optimal)을 구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에너지믹스 가이드라인의 작성에 젊고 똑똑하고 열정적인 관악 후배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