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의 한계

2022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5~64세 장애 인구의 고용률은 50.3%로 전체인구의 고용률 69.2%에 비해 적은 수치다. 장애인 고용률은 해외 주요국(영국, 프랑스)과 비슷하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한국에서 제도상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경우 자체가 적은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일하는 장애인의 비율은 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일),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을 증진하기 위해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6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과연 6차 기본계획은 장애인에게 양질의 노동을 보장할 수 있을까. 『대학신문』이 그 면면을 자세히 살펴봤다.

 

6차 기본계획의 내용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은 장애인의 일을 통한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 제7조에 근거해 5년마다 수립해 온 것이다. 이번 6차 기본계획은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확산 및 정부 연계고용 등 새로운 장애인 고용 기여 방법 확대 △장애인 고용 의무의 확실한 이행 지원 △개인별 고용지원 체계 구축 등 장애인 대상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 장애인이 일하기 편한 일터 조성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 2018년 5차 기본계획 이후 고용률은 상승했으나 의무이행 준수기업 비율이 하락했고, 취업 지원 규모는 확대됐으나 신산업 대비·개인 맞춤형 지원은 부족했다. 이에 이번 6차 기본계획에서는 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게 하고, 디지털 역량 강화 및 직업훈련을 도입해 실태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공공·민간 어디에서도 어려운 장애인 고용

그러나 6차 기본계획의 주요 골자인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확산’은 오히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경계 짓고 분리 고용을 부추겨 장애인 고용정책의 본분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온다. 우선 이 방안은 장애인 고용률이 저조한 대기업이 본사가 아닌 자회사의 형태로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게 해 장애인 고용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표준사업장이 오히려 비장애인 근로자와의 장벽을 두텁게 해 장애인의 일반 고용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발달장애 당사자인 이원무 칼럼니스트는 “표준사업장 설치는 사실상 장애인만 고용한다는 분리 고용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 김영웅 원장도 “표준사업장 설립은 기존의 직군에 장애인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만 따로 모아 고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라며 분리 고용에 우려를 표했다. 나운환 교수(대구대 직업재활학과) 역시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이 의무 고용률을 높이도록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6차 기본계획은 공공부문의 장애인 고용 의무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국한하던 표준사업장 및 직업재활시설과의 연계고용을 국가·지자체·교육청으로 확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계고용 제도는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일하는 사업장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품을 납부받으면 고용 의무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연계고용 제도가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적용하는 직업재활시설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번 연계고용 방안에 대해 이원무 칼럼니스트는 “대다수 직업재활시설 근로자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다”라며 “최저임금 적용 제외조항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공부문 연계고용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에 따라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최저임금의 적용 제외 대상에 해당되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상당수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받은 사업장이다. 나운환 교수는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직업재활시설 근로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방안은 사실상 연계고용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용노동부가 전적으로 장애인의 노동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라고 지적했다.

기본계획이 6차까지 수립됐지만, 여전히 장애인 고용정책에 문제가 제기되는 근본적 원인을 전문가들은 정부의 낮은 장애 감수성에서 찾는다. 이원무 칼럼니스트는 “의무 고용 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장애인의 적성이나 능력을 보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니까 무조건 고용해야 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는 정부의 장애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짐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영웅 원장은 “학교에 갈 때 길이 완만하게 깔려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인 것처럼 장애인이 일터에서 일할 때 보조기기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어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혜택’이고 ‘지원’이라고 말한다”라며 정부의 장애인 고용정책 전반이 시혜에 머무르는 실태를 비판했다.

 

분리 아닌 통합으로, 시혜 아닌 권리로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통합 고용으로 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원무 칼럼니스트는 “장애인도 사무직이나 IT, 연구 직군에 진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면 그에 맞는 훈련을 받고 해당 직군에 진출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라며 “이것이 통합 고용을 지향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도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을 바리스타로 양성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히즈빈스의 이민복 대표는 “비장애인 근로자와 장애인 바리스타가 사내에서 대면하는 경험은 비장애인이 정신장애에 가졌던 두려움이 편견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한다”라며 “장애인 고용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장애인을 주체적인 노동자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웅 원장은 “장애인을 기업의 비용으로 전제하는 현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을 노동자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운환 교수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조항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장애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은 분명한 차별이다”라며 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나아가 나 교수는 “장애인의 노동은 복지의 차원을 넘어 일, 노동의 측면에서 인식돼야 한다”라며 “헌법 제32조 1항에 따라 장애인도 일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라며 근본적인 인식개선을 요구했다. 

비장애인 중심의 노동시장은 장애인에게 비생산적이고 무능력하다는 낙인을 찍어 왔다.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진정한 노동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의 다양한 특성과 욕구에 맞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왔는가? 나운환 교수는 장애는 개인의 손상에서 출발하지만, 환경에 따라 손상이 장애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업주와 정부에게는 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끊임없이 고민해 이들이 노동자로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사회적 책임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형평성을 갖춘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세심한 고용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