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보고서 분야별 주요 활동(2021년 기준).
ESG 보고서 분야별 주요 활동(2021년 기준).

지난달 ‘2021 서울대학교 ESG* 보고서’가 발간됐다. 이번 ESG 보고서에는 △서울대 기관 소개 △거버넌스 구조 및 ESG 중대성 평가*·지표 소개 △ESG의 8가지 세부 분야 관련 활동 등이 담겼다. 8가지 세부 분야는 △복지와 건강 △교육 △인권과 성평등 △에너지와 기후변화 △자원, 폐기물, 생태계 △문화, 교통, 주거 △노동과 산학연 △대외협력과 정책기여 순으로 구성됐다. 『대학신문』에서 이번 ESG 보고서가 나오게 된 배경, 그 내용과 방향성을 짚어봤다.

◇ESG 보고서와 ESG 위원회=이번 ESG 보고서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발간됐다. 지난해 하반기 출범한 서울대 ESG 위원회가 보고서 발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고 지속가능발전연구소가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ESG 위원회는 총장 자문기구로 △ESG 정책 수립 및 실행 방안 자문 △ESG 정책 추진 관련 주요 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 및 권고 △ESG 정책 연구 및 보고서 발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혜진 연구교수(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ESG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교내 ESG 활동 현황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성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자문·권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6일(화)에는 ESG 위원회가 총장에게 자문 의견서를 전달하는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해당 자문 의견서는 ESG 위원회가 선정한 ESG 대학 경영 주요 5가지 분야와 세부 10대 과제로 이뤄져 있었으며, 주요 5가지 분야는 △교육 격차 해소 △교육과 연구시스템 혁신 △온실가스 감축 활동의 체감적 성과 △몸과 마음의 포괄적 건강 증진 △지속가능한 ESG 추진이었다.

◇ESG 보고서 발간 배경과 향후 계획=이번 ESG 보고서의 발간 배경에 대해 정혜진 연구교수는 “서울대가 그간 해온 ESG 관련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2019년에 지속가능발전연구소에서 발간한 ‘서울대 지속가능성보고서’가 환경 중심의 성과를 단순히 보고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ESG 보고서는 중대성 평가를 통해 구성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다루고 관련 지표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ESG 보고서는 2년 주기로 발간될 예정이며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는 해에는 주요 사업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중간 보고서가 나올 계획이다.

◇보고서에 사용된 지표와 그 보완점=이번 보고서의 지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기준을 따랐으며 유엔의 17가지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바탕으로 8개의 분야로 구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GRI 기준 적용은 지속가능경영 관리접근에 대한 규범을 준수하고 원칙에 입각해 보고서를 작성했음을 의미한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기업의 ESG 기준을 대학에 맞게 응용했다”라며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ESG 진단항목, 국제 대학 평가기관인 QS와 THE의 지속가능성 지표, 서울대 자체 대학 운영 성과 목표 등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모든 학내 기관의 의견을 조회해 각 기관이 생각하는 중요 지표와 관련 자료도 수합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8개 분야에 맞춰 학내 통계 및 자료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인권과 성평등 항목을 예로 들며 “가령 ‘차별 건수와 수정 조치’가 2019년 기준 4건으로 명시된 것은 훨씬 빈번한 학내 차별 사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속가능연구소장 김호 교수(보건학과)는 “학내 실정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담당 부서가 더욱 고민해야 한다”라며 “각 기관은 지표를 숙고하며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기관 간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순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첫 ESG 보고서, 아쉬운 점은=한편 첫 ESG 보고서인 만큼 지표 이외에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었다. 우선 구성원 인식 조사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호 교수는 “현재의 인식 조사는 교원, 직원, 학생 간의 비율이 균등하지 않아 구성원의 생각을 균형적으로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보고서 내용 중 거버넌스 부분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언급됐다. 배종훈 교수(경영학과)는 “현 보고서는 서울대의 행정적 움직임에 대한 환류 시스템을 명시적으로 고찰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내외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학내 토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호 교수는 “보고서에는 투명성이나 개방성 등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는 요소들은 반영됐지만, 총장 선출 시스템 등 중요한 결정들은 구성원 간 이견이 많아 담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거버넌스 강화를 통해 환경이나 사회 분야 측면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한 지표들을 더 찾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보고서가 다루는 ESG 논의 전반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됐다. 배종훈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시장에서 말하는 통상적인 ESG는 충실하게 담고 있지만, 정작 ESG가 주목받게 된 계기와 고민, 성찰은 빠졌다”라며 “보고서에 언급된 8가지 분야를 넘어 서울대만의 차별점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의의와 앞으로의 방향성은=그럼에도 이번 보고서는 △학내 데이터 모니터링 △학내 의식 및 논의 활성화 △대학가 ESG 방향성 및 기준점 제시라는 의의를 가진다. 학내 데이터 모니터링의 측면에서 김호 교수는 “연차적으로 지표를 산출해 각종 현황을 확인하고 종합한다는 점에서 보고서가 지니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라면서도 “여러 활동을 어떻게 지표화하고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보고서는 분산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의 학내 ESG 활동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가는 논의의 시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대의 보고서 발간은 대학가 전반의 ESG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인력이나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ESG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대학이 많지만 자체적으로 대학 ESG를 이루고자 노력하려는 움직임은 있다”라며 “이번 ESG 보고서는 그런 움직임에 방향성과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대학이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보고서의 지표를 변형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음식 선택권 보장 지표에서 서울대는 감골식당의 이용자 수를 지표로 했다면 다른 대학에서는 자체적인 채식 사업 등을 지표로 응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ESG 보고서는 그간의 ESG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조망하는 계기가 됐다. 김호 교수는 “보고서의 발간이 학내의 구조적 노력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학내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권장했다. 대학의 ESG를 위한 구성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성과지표.

*중대성 평가: 올해 서울대가 학생·교원·직원·연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로, ESG위원회 논의를 거쳐 구성된 48개 이슈 중 구성원의 관심이 어떤 이슈에 집중되는지 분석함.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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