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과 다른 학기제의 국가에서 입시를 치렀기에 소위 ‘점오’(.5)에 해당하는 후기 글로벌인재전형으로 학교에 들어왔다. 기숙사 입주 확정의 기쁨도 잠시, 수강신청 준비 과정부터 난관이 시작됐다. 따로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전공 교과과정과 수강신청 절차 등을 긴 시간 검색해 알아내야 했다. 간신히 수강 신청을 끝냈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가을학기 시작 1주일 전 메일을 통해 소개받아 외국인 학생회(SISA)가 주최하는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행사 내용이 대부분 국제학생을 위한 것이어서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글로벌인재전형 학생모임(IKC)과의 연결 또한 늦어져 나는 몇몇 행사를 놓치게 됐고 다시금 ‘스스로 찾고 해결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전공 학과와의 연계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에 난 사실상 과에 존재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개강 후 과 조교실을 찾아가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 후에야 학과 자치회장님을 통해 5개의 과 단톡방에 초대받게 됐다. 그제서야 학생들 간 교류하는 방식을 알 수 있었고, 공지사항 및 크고 작은 행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됐고 사실상 학과에 없는 사람이었던 내가 드디어 존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신입생 맞이 준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일반적인 신입생들에게는 다양한 행사는 물론 선배들의 경험담과 같은 알찬 정보들이 SNS 대화방 초대 등으로 잘 전달된다는 것이었다. 내게도 이러한 것들이 주어졌다면 큰 힘이 됐으리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대학사회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이 외국인이나 재외국민 학생들에게는 겪어야 할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가을학기 입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등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각 개인의 역량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2019년 『대학신문』에서 가을학기 입학생의 현실적 고충이 잘 드러난 특집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기사에서는 가을학기 입학생의 정착을 도울 제도적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각 본부 기관이 유기적으로 힘을 합쳐 가을학기 입학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면, 나와 같은 ‘점오’(.5) 학생들도 활기차고 즐거운 첫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방에스더

심리학과·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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