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전공 제도 활성화를 위한 포럼 열려

‘전공·학과·단과대 간 장벽 없애기.’ 지난해 발간된 <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서 제안된 교육 혁신 방안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장벽 없애기를 위한 세부 방안 중 하나로 2025년까지 다전공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2023년 교육위원회는 지난 3일(월) 기초교육원(61동)에서 ‘학부교육 다전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다전공과 관련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세부적인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전공 활성화 필요성과 제도 개선방안=이날 발표는 다전공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발표를 맡은 신정철 교수(교육학과)는 세계 각국의 교육 변화 동향을 언급하며, 다전공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가 미래 사회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융합적·간학문적 교육이 요구된다”라며 전공과 교양 수업 이수에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전공 및 교양학점 수를 모두 30학점 내외로 조정해 학생 선택과목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졸업학점인 130학점에서 주전공, 복수전공, 필수 교양 이수 학점을 제외하면 현재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학점은 16학점에 불과한데, 필수 이수 학점 수 하향을 통해 과목 선택의 자유를 늘리겠다는 말이다. 또한 종합토론을 주도한 좌장인 신혜경 교수(미학과)는 “전공 간 유사 과목 인정을 통해 전공학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다전공생을 위한 효과적인 지도 및 상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행 다전공 제도, 학생들의 생각은?=뒤이어 교원 193명과 학부생 923명을 표본으로 한 ‘다전공 활성화를 위한 대학 교원 및 학부생 인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설문조사 결과 학내 다전공 제도에 대한 인식에 교원과 학생들 간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표를 맡은 김석호 교수(사회학과)는 “교수보다 학생 응답에서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전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전공 확대가 필요한 네 가지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꼽은 학생들의 비율은 68.91%였으나, 교수 응답자는 5점 만점 중 평균 3.52점으로 가장 낮은 응답을 보였다. 다전공 제도 개선방안과 관련해서도 학생들은 교원에 비해 △전공과목 최소 이수 기준 하향 △유사한 전공과목 간 중복인정 확대 △교양 필수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전환 등의 방안을 더욱 강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성적 중심의 다전공 선발을 가장 큰 다전공 진입 방해 요인으로 꼽았다. 박용규 부총학생회장(경제학부·20) 역시 이에 공감하며 “현행 제도에서는 전공 관심도나 잠재력을 평가하기 어렵기에 학생들이 성적에만 목매게 된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성적이 부담돼 이공계열 전공을 쉽게 듣지 못한다며 타 전공 S/U 학점 수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전공 활성화에 대한 우려 해소 방안은=일각에서는 학생의 선택권을 늘리는 다전공 활성화 방안이 기존 전공의 전문성을 약화한다는 걱정이 제기됐다. 특히 공대의 경우, 기존 전공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수 이수 학점이 높기에 학생 선택과목의 비중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이경우 교수(재료공학부)는 “학교에서 다전공을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그는 “다전공을 확대하는 방향 자체는 동의한다”라며 “심화 전공을 원하는 학생과 다전공을 원하는 학생 모두에게 선택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전공 제도 확대가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을 유도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것이 기초학문 발전이라는 서울대의 특수한 책무를 방기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다전공 운영으로 인해 학과 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기술에 대해 44.04%의 교수 응답자가 매우 동의하거나 동의한다고 답했다. 기초교육원 최윤영 원장(독어독문학과)은 “자유전공학부의 사례에서 보듯 쏠림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교양 교육에서 학생들이 개별적 적성을 찾게끔 해서 최대한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유일한 학부생 토론자였던 박용규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도 단순 교육의 수요자를 넘어 대학 교육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며 학생 참여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폐회사를 맡은 김성규 교육부총장(국어국문학과)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활발히 들을 자리를 마련하겠다”라며 포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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