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공대 건축전 〈자유:FREEDOM〉

대학생의 손이 닿은 건축물은 새로움을 실험하고 무궁한 창의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주목받는다. 지난 4일(화)부터 10일까지 대학원연구동(39동) 4‧5층에서 건축학·건축공학 졸업예정자들이 준비한 〈자유:FREEDOM〉 오프라인 전시가 열렸다. 올해 주제어인 ‘자유’가 의미하는 것은 기존의 건축적 사고의 테두리를 깨는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하는 다양성의 건축이다. 『대학신문』은 건축학과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펼친 자유로운 ‘건축적’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봤다.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도시의 가능성

〈이번역은 한강 역입니다〉
〈이번역은 한강 역입니다〉

5층에는 건축학 전공 졸업자 10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건축학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지우 씨(건축학과·19)의 〈이번역은 한강 역입니다〉가 보였다. 강 씨는 미래의 한강이 강을 따라 비행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의 통로가 될 것이라 상상하고, 그로 인해 변화할 한강 변에 맞춰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는 “현재의 한강이 여가의 공간으로만 쓰이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라며 “과거의 한강 나루터가 이동 수단의 거점이자 장터나 주막이 열리는 일상의 공간이었던 것처럼 미래에도 한강 변에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길 소망한다”라고 작품 설계 의도를 밝혔다.
그중에서도 강지우 씨가 주목한 것은 도심항공교통의 거점이 될 한강에서 일어날 수많은 ‘기다림’을 소비하는 방법이다. 그는 “식당, 상점 같은 상업시설뿐 아니라, 전시공간과 도서관 등의 문화시설, 수상 레저 등의 체육시설이 한데 엮인 플랫폼을 설계했다”라며, “앞으로 한강은 기다림을 마주한 사람들의 역동적인 장소로 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형 A. 유령〉
〈유형 A. 유령〉

우수상을 수상한 최재윤 씨(건축학과·16)의 〈유형 A. 유령〉은 사라져 가는 옛 아파트의 모습을 독특하게 구현했다. “아파트의 가능성과 특징을 시대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사라져 가는 옛 아파트에 얼굴을 부여했다. 최 씨는 가슴 부풀기, 먹자마자 소화하기, 감동 나누기 등 아파트의 형태를 2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의인화한 이름을 붙였다. 최 씨는 “현실에서는 빈 땅을 남겨두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에 희생돼 구현되지 못하는 아파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모형 지구 위에 작품을 전시했다”라고 덧붙였다.
건축학 전시관에는 앞서 소개한 작품 외에도 시민을 위한 서울역, 고인의 생전 사진을 함께 기억하는 디지털 추모 공간,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을 억제하는 상업지구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건축학 졸업전시자 부대표인 박경민 씨(건축학과·19)는 “이번 건축전이 〈자유:FREEDOM〉을 주제로 했던 만큼 학생들이 발휘한 각자의 창의력과 끈기에 초점을 맞춰 관람해 줬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현실로 다가온 미래의 건축공학

4층에는 건축공학 전공자 33명의 작품 11점이 전시돼 있었다. 앞선 전공자들의 전시에서는 새롭고 다양한 미래 건축물의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었다면, 건축공학 전시에서는 보다 미래 건축물의 실현 가능성에 집중한 작품들이 많았다. 건축공학 전시관에는 실용적이면서 아름답게 재건축된 관악학생생활관, 환경친화적인 국제박람회 건물, 혐오시설이 아닌 폐기물 처리장 등 다양한 건축 기획들이 전시됐다. 각 작품은 세 학생의 협업으로 완성됐는데, 이들은 각자 △전체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분석하는 구조 담당 △사용자가 행동하기에 쾌적한 건물을 조성하는 환경 담당 △건물이 실제로 지어지는 과정과 설계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는 시공 담당의 역할을 맡게 된다. 

〈MFC for Fashion: 패션 플랫폼을 위한 도심형 물류센터〉
〈MFC for Fashion: 패션 플랫폼을 위한 도심형 물류센터〉

건축공학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MFC for Fashion: 패션 플랫폼을 위한 도심형 물류센터〉는 서찬영 씨(건축학과·18), 김명진 씨(건축학과·18), 노신화 씨(건축학과·16)가 각각 구조, 환경, 시공의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도심 내 주문배송시설(MFC)*의 개념을 확장해, 구매자가 가까운 물류 창고에서 온라인으로 선택한 옷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설계했다. 설계된 건물의 상층부에서 사물들이 무인으로 운반되면 하층부에서는 구매자가 상품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세 명의 공동 기획자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초고속 물류 이송이 가능해 노동력을 최소화했다”라며 기획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실제 건축했을 때도 어떤 불편이 없도록 건축의 디자인과 내부 환경 등 여러 요소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특히 김 씨는 “저층의 사람들에게 적절한 빛 환경을 조성하는 설계가 어려웠다”라며 “그 때문에 옥상으로부터 비스듬하게 이어진 긴 기둥으로 햇빛을 투과시키는 구조물을 설계했다”라고 설명했다.

▲건축전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
▲건축전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

 

건축전에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자유로운 건축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과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오프라인 전시는 종료됐지만, 〈자유:FREEDOM〉 온라인 전시는 건축학과 홈페이지(architecture.snu.ac.kr)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진행된다.

 

*도심항공교통(UAM):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교통 수단으로 소음과 사고 위험 등의 안전 문제로 인해 물길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도심 내 주문배송시설(MFC: Micro Fulfillment Center): 소비자에게 빠르게 물류를 배송하기 위해 도심 내에 소규모로 설치하는 물류창고.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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