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나서며 |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

조용환(사회복지학과 졸업)
조용환(사회복지학과 졸업)

졸업을 앞두고 학부 6년 반을 회상해 보면 정말 매 순간이 빛나고 아름다웠습니다. 학과, 동아리, 학회, 학생회, 연구실, 각종 수업에서까지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저에게 과분한 사람들과 지낸 덕분에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글을 통해 학부 생활을 돌이켜보며, 저에게 잊을 수 없는 학부를 선물해 준 서울대에 사랑한다는, 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학부 생활의 출발점은 시도, 그리고 도전이었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지만 ‘학번 대표’로 학과 생활을 시작했고,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영어가 필요한 동아리 및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스타트업과 연계하는 프로젝트 동아리도 개설해 시중에 판매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학교생활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런 경향은 이어졌는데, 하와이 여행에서 맨몸으로 상어와 다이빙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군대에서는 전역을 미루고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련했던 순간들도 여럿 있었지만, 시도가 없었다면, 도전을 주저했다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각종 시도와 도전만큼이나 공을 들인 것이 제가 속한 집단을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집단의 구성원들을 사랑하니 자연스럽게 집단을 사랑하게 됐고, 나아가 학교를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6년 반 동안 여러 집단에 몸담았는데, 언제나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로 인해 집단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나서서 행동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속했던 여러 집단에서 이런 저의 모습에 동조해 주었고, 진심을 주고받으며 단단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힘들었던 순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부담감을 줬고, 학점은 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저보다 두 배, 세 배는 똑똑한 사람들이 노력은 저보다 네 배, 다섯 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외감도 여러 번 느꼈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집단 내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을 때도 있었고 각종 교육 봉사와 멘토링에서 속을 썩이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련과 갈등도 저에게는 모두 필요했던 요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흔들림 없이 피어나는 꽃이 없듯이 저 역시도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공부하는 법, 인간관계를 맺는 법, 나아가 성숙한 사람이 되는 법을 익혔습니다. 이런 생각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 역시도 결국은 사랑하게 됐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입니다. 이 학교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스누리그 우승 후 팀원들과 격한 포옹을 나눴던 순간도,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실에서 머리를 쥐어 잡으며 데이터를 모으던 과정도, 엠티에서 과 사람들과 별을 보며 걸었던 추억도 모두 가슴 속에 고이 접어서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이 힘들고 지칠 때면, 소중한 기억을 꺼내 보면서 웃음 짓겠습니다. 비록 떠나지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우리 학교를 응원하겠습니다. 서울대에 다닐 수 있어서 찬란한 6년 반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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