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김은미 교수(언론정보학과)
김은미 교수(언론정보학과)

원고를 부탁받고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축하하는지 되물었습니다. 요즈음 제가 많이 생각하는 것은 일상에서 때때로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졸업이라는 자연스러운 매듭점은 내 마음을 달뜨게 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런 기회의 시간을 갖게 된 점을 축하합니다.

첫째,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입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과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가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 상황의 불확실성의 차이입니다. ‘학생 때가 좋았다’라는 말이 잘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주어진 제도 안에서 이끌어지는 대로만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면 비교적 정직하게 내가 한 만큼의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말합니다. 졸업하는 순간부터 여러모로 계획대로 살기는 매우 힘들어집니다. 

‘서울대 사람’의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가 극도의 위험회피 성향입니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돌다리가 있으면 두드려 보고 그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건너는 것을 보고 그다음에도 건널까 말까 망설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멋진 일들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보면서 했던 선택의 결과라는 점, 특히나 사회 변화의 폭이 클 때는 예측이 별로 유효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근력을 키우려면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둘째,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믿으십시오. 이제까지 나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고 작은 성공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늘 어디가 지름길인지를 계산하는 성향이 있게 마련입니다. 자신이 충분히 알고 계산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지름길인지 오히려 돌아가는 길에서 얻을 수 있는 귀한 경험을 놓치는 것인지는 실제로 그 길을 걷고 나서 한참 후에나 보인다는 점도 생각하기 바랍니다. 인생에서 경험이 가진 가성비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저는 성공이든 실패든 모든 새로운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고 믿습니다. 주변의 부러운 시선과 축하를 받으며 입학했을 여러분은 때로 학교에서 보낸 그동안의 시간을 반추하면서 내가 가진 장점과 역량이 당장의 가시적인 결과나 만족스러운 성과로 나타나지 않음에 마음이 답답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모든 경험이 언젠가 예기치 않은 순간으로 여러분을 인도하리라 믿습니다. 계획한 대로만 가지 않는다는 점을 뒤집어 보면 한 번 한 사람에게 심어진 경험과 감각의 씨앗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셋째, ‘일잘러’는 조직에 몸 바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개인을 성장시키는 동력입니다. 어느 졸업생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의 직장에서는 새롭고 힘든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이건 내게 원래 주어진 업무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부류와 새롭고 막연하지만 해보겠다고 하는 부류의 후배들이 있었는데, 결국 후자의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키워 본인에게 더 맞는 기회를 찾아 행복하게 더 자신과 맞는 곳으로 이직하더랍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입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내가 성과를 받고 ‘일을 해주는 것’이라고 봤고 후자의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그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든다’라고 본 것입니다. 워라밸의 측면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장이 월급을 주며 제공한 기회를 나의 자산으로 만든 아주 가성비 좋은 일을 한 것입니다. 워라밸이나 조용한 퇴사와 같은 용어들은 자꾸 일과 나를 구분하라고 유혹합니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이뤘던 크고 작은 성취들이 지금의 여러분을 만들었듯 결국은 일과 나를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도 여러분에게 다른 사람의 잣대로 성공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최고의 나를 이루는 나만 알 수 있는 성공을 자주 이루시기를 기대합니다. 전국 1등, 세계 최고가 되는 일도 물론 짜릿하지만 결국 최고의 자신이 되는 것이 궁극의 워라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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