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최봉규 교수

지난달 20일(목) 연건캠퍼스 치의학대학원 본관(16동)에서 최봉규 교수(치의과학과)를 만났다. 그는 ‘구강미생물학’을 연구하며 치주병원균의 원인을 밝혀왔다. 최봉규 교수는 성실한 연구로 제1회 청산 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치의과학 분야에 여러 연구 성과를 남겼다. “연구는 언제나 나에게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라고 말하는 최봉규 교수의 모습에서 구강미생물학 연구자로서 그가 보내온 시간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Q. 구강미생물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려서부터 교수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운명처럼 독일에서 구강미생물학을 연구하기 시작해 치대에까지 왔다. 생화학과 학부 시절 미생물학이 가장 흥미로운 학문이었기에 독일 유학 당시 자연스럽게 미생물을 주전공으로 삼았다. 그런데 박사 학위 공부 중 독일이 통일되고 많은 재정이 동독 재건에 투입되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다행히 국제임플란트협회(ITI)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아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구강 세균에 대해 연구해야 했다. 때마침 연구실에서 협업하던 치과병원에 치주염 환자들의 치아에 공통적으로 나선형의 치태 세균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여기서 착안해 나선형 세균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구강 세균에 관해 공부하다 보니 치대에까지 연이 닿았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는? 

A. 나선형 세균의 특정한 분자가 면역세포와 반응해 염증성 단백질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밝혔던 연구가 기억에 남는다. 치주염 환자들에게 활용할 수 있어 유의미한 연구였고, 구강미생물학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면역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Immunity」에 연구가 실리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당시 그것을 연구할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뛸 정도로 재밌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Q.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연구자에게는 크게 네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자는 정직해야 한다. 연구하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은 방향의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과를 조작하고 싶은 유혹이 닥치기도 한다. 이때 틀리는 한이 있어도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연구자의 덕목이며, 이는 학생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둘째, 연구자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 나가려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내 전문 분야에 집중해야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연구자는 개방성을 지녀야 한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두고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론해 봐야 발전할 수 있다. 넷째, 연구 분야를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연구자로서의 호기심도 필요하겠다.

 

Q. 중요하게 여기는 강의 철학은? 

A. 문제 중심 학습법(Problem-Based Learning) 등 여러 방법론을 수업에 적용하며 학생들이 미생물학에 장기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치대에서는 미생물학이 저학년 때 배우는 기초 학문이다 보니, 고학년이 되면 임상에 치여 미생물학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고는 하기 때문이다. 간혹 고학년이 돼서도 미생물학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다. 

 

Q. 교수로만 20여 년을 지냈다. 은퇴 후 계획이 궁금하다. 

A. 특별한 은퇴계획은 없다. 다만 65세가 넘은 만큼 예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훈련하려고 한다. 은퇴 이후에도 9시부터 6시까지는 아니더라도 10시부터 5시까지는 여러 활동을 하며 지내고 싶다. 꾸준히 해온 필라테스도 이어갈 것이고, 그동안 못 한 여행이나 봉사활동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최봉규 교수는 “끊임없이 어려운 고민을 해야 했던 연구를 마친다니 홀가분하다”라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후학에게 “내놓은 결과물이 오늘 할 수 있는 자신의 최선이었다면, 그것이 설령 내일 틀린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다시 이어가면 된다”라고 당부했다. 연구자로서, 교수로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쌓아온 그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응원한다.

 

사진: 최수지 수습기자

susie200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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