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을 앞두고 지난 7일(월)부터 수강신청이 시작됐다. 매년 이맘때에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특정 강의를 사고판다는 게시물이 종종 올라온다. 일명 ‘강의 매매’는 인기 강의를 선착순 수강신청하는 데 성공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돈을 받고 수강신청을 양도하는 행위다. 거래되는 강의에는 인기 교양과목이나 학점을 잘 주는 과목 등 다양한 유형이 있으나, 필수교양과 전공필수 과목 등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필수교양 교과목 중 ‘대학 글쓰기1’, ‘대학영어’, ‘물리학실험’ 등이 자주 강의 매매의 타깃이 된다.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대형 학과(부)의 강의들이 특히 빈번히 거래되는데, 이번 수강신청 기간에는 에브리타임에 경제학부 전공필수 과목인 ‘경제수학’을 무려 20만 원에 사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의 판매 행위와 구매 행위는 정상적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 강의 판매의 경우 해당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음에도 강의를 판매해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강의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강의 매매가 ‘수강권 양도’로 불리고는 하지만, 판매자가 수강권을 양도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은 온당치 않다. 이는 특정 강의 수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일 뿐이다.

강의 매매가 성행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강신청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선착순 경쟁에서 밀리면 듣고 싶은, 혹은 들어야만 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기에 학생들은 돈을 주고서라도 수강권을 구매하려 한다. 따라서 원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요에 부합하는 강의 수 확보 및 여석 증원 등을 고려해야 하며, 나아가 수강신청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도 필요하다. 더불어 학생들은 윤리 의식을 갖고 강의 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즉각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본부 차원의 수강신청 시스템 개선도 요구된다. 현재 서울대의 시스템은 강의 매매자들이 악용하기 쉬운 구조다. 수강신청 변경 기간의 특정 시간대에 한 학생이 수강을 취소하면 다른 학생이 그 강의를 바로 다시 신청할 수 있어, 강의 거래를 담합하기 쉽다. 반면 비슷한 이유로 골머리를 앓은 타 대학에서는 강의 매매를 막을 만한 대안을 여럿 내놨다. 일례로 고려대는 2020년 수강취소 지연제를 도입해, 한 학생이 수강신청을 취소한 경우 무작위의 시간차를 두고 여석이 열려 학생들 간 담합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숭실대 역시 2021년부터 수강 취소 시 곧바로 여석이 생기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강의 여석이 생기도록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이와 같은 시스템상의 방지책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강신청에서 개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는 본부가 타 대학의 제도를 참고해 강의 매매가 불가능하도록 수강신청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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