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칼부림으로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크게 다친 데 이어, 지난 17일(목)에는 관악산 둘레길에서 출근 중이던 여성이 강간을 목적으로 접근한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면식도 없는 범죄자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짓밟힌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한편 대낮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연이어 흉악 범죄가 발생하자 관악구 지역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모방해 관악구에서의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며 치안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다. 관악구에서 걷기가 위험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하루빨리 관악구의 안전한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관악구의 특성을 다방면으로 고려한 강화된 치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2021년까지 관악구에서 강력 범죄 발생 건수는 4,444건으로, 관악구는 서울시에서 세 번째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자치구다. 그 원인으로 관악구에 다중 밀집 지역, 둘레길, 주택가 등에 우범지대가 많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특히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약 14만 5000호의 1인 가구가 존재하고, 또한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어 주택가 사각지대들이 범죄에 취약하다. 

이런 특성들을 감안해 관악구 치안 당국은 순찰을 강화하거나 공공 인력을 배치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가시적인 치안 강화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나 작금의 치안 불안 사태를 불러온 두 흉악 범죄 모두 예상치 못한 시간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택 밀집 지역에서도 빈틈없는 치안 강화를 통해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물론 관악구청은 2021년부터 ‘범죄 없는 안전도시 5개년 계획’을 세워 주택가 치안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시행 첫해 사업별 평균 97%의 목표를 달성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재 높아지는 관내 불안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지난 21일 관악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관악 치안 조기 안정화 TF가 꾸려져, 순찰 강화 및 우범지대에 대한 긴급 방범 진단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단기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관악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안 안정화를 구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관악구 내 범죄 촉발 요인을 찾아 문제해결을 도모하고, 강력 범죄의 계기가 되는 관악구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발굴해 거시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때 비로소 관내 안전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관악구의 거리가 더 이상 마음 편히 거닐 수 없는 공간이 돼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효과적이고 촘촘한 치안 대책을 통해 관악구의 안전한 일상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돼야 한다. 관악구 치안 당국과 구청이 이를 개선할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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