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이광복 교수 

지난달 24일(월)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이광복 교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그는 2011년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펠로우로 지명됐으며 2021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Q. 정년을 맞이한 소감이 어떤가?

A. 나는 다른 정년을 맞은 교수들과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교수로서는 정년을 맞았으나 한국연구재단 업무를 1년가량 더 해야 하는 상황으로 아직 중요한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끝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학교에서 좋은 학생들을 만나 강의도 연구도 즐겁고 보람차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배울 게 많은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점도 굉장히 의미가 크다.

 

Q.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A. 공학은 수학 이론을 바탕으로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기와 서비스를 만드는 학문이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이면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공학이 내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학문으로 다가왔다. 어릴 적 인간은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할 때 더 큰 행복을 체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읽고 깊이 공감했는데, 그래서 실질적인 학문인 공학을 전공하게 된 것 같다.

 

Q. MIMO 연구란 무엇이고 이를 연구 주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A. MIMO는 ‘멀티플 인풋 멀티플 아웃풋’(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의 약자다. 기존에는 기지국의 안테나 하나와 사용자 단말기의 안테나 하나로 통신했다. 그러나 MIMO 기술을 활용하면 기지국과 사용자 단말기 모두 여러 개의 안테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다. 또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통신할 때 사용되는 다중통신 방식인 셀룰러 통신*이 있다. 당시에는 셀룰러 통신 방식에 MIMO를 적용하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앞으로 굉장히 유망한 분야가 되겠다는 생각에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그 분야를 개척한 연구실 중 하나가 됐다.

 

Q.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A. 이동통신 분야 연구의 초창기에 OFDM*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해당 개념을 다중 사용자로 확대하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는데, 연구실 학생 한 명이 나에게 이 주제를 빨리 연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고 OFDMA* 분야를 선도하게 됐다. 학생이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면 2~3년 후에야 그 주제를 연구했을 것이기에 그의 통찰력 있는 제안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해당 연구의 결과로 나온 논문은 인공지능 분야가 주목받기 전까지 우리나라 전기·전자공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었다. 서울대에는 이렇게 훌륭한 학생들이 많다.

 

Q.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A. 학생들이 자신감과 호기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가령 중력을 공부한다면, 교수가 단상에서 중력이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보다 학생들이 먼저 중력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단한 발명은 떠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에 자신감과 호기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MIMO 기술에서의 연구 경험을 봐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떠올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Q.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으로서 서울대 구성원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이제는 우리나라도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는 도전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들의 역량도 충분하고 환경도 예전보다 개선됐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동 연구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공동 연구가 활성화되는 추세인데 반해,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공동 연구 활성화 정도가 미진한 상황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해낸 연구의 성과가 훨씬 크다. 협업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인 만큼 그 중요성에 주목했으면 한다.

 

*셀룰러 통신: 하나의 넓은 서비스 지역을 세포 형태로 분할한 작은 구역인 셀을 설치해 통신망을 구성·운용하는 것.

*OFDM(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 이동통신에서 정보를 주파수에 효율적으로 싣기 위한 주파수 변조 방식 중 하나.

*OFDMA(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OFDM을 활용해 1 대 다수로 통신하는 것.

 

사진: 박선영 수습기자

leena12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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